[오병상의 코멘터리] ‘국민참여경선’이 껄끄러운 윤석열

오병상 2022. 12. 2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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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1.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9일 다음 전당대회 대표경선에서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경선에선 당원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대표를 뽑았습니다. 내년 3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선 당원투표 100%로 한답니다.

2. 경선룰 변경은 윤심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심 100%’를 언급했다는 보도(경향신문 15일자)가 나오자 마자 여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초선과 재선의원들이 모여 지지의사를 밝혔고, 비대위원회는 ‘의견수렴이 됐다’며 23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개정작업을 매듭짓기로 했습니다.

3. 검찰출신 윤석열은 상명하복의 효율성을 중시합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충실히 뒷받침해주는 여당을 요구합니다. 당심을 장악하고 있는 대통령이기에 ‘당심 100%’면 본인이 원하는 사람을 대표로 뽑을 수 있을 겁니다. 차후 효율적 국정운영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라 확신합니다.

4. 경선에 민심을 반영하는 제도는 ‘국민참여경선제’입니다.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당대표 경선에 국민참여(여론조사)를 도입한 것은 2004년 3월 2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입니다. 당심(대의원표) 50%에 민심(여론조사) 50%를 도입해 박근혜 의원이 대표로 뽑혔습니다.
한나라당이 민심 50%를 파격도입한 건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흥행으로 노무현 시대를 열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다가 역풍을 맞아 4월 15일 총선에서 폭망하게 생겼습니다. ‘민심에 따르겠다’며 경선룰을 바꾸고, 박근혜 대표가 천막당사에서 읍소한 결과 121석을 건졌습니다. 당시 46석이었던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었습니다. 그중 108명이 초선. 386운동권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5. 국민참여경선은 당시 정치개혁, 정당민주화의 상징이었습니다.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적 혐오가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정당의 후진적 패거리 정치를 뿌리뽑자면 ‘국민에게 후보선택권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 무렵 지구당 폐지,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등 정치개혁법이 무더기로 만들어졌습니다.

6. 기본적으로 정당민주화는 의원중심입니다.
군사정권이나 YSㆍDJ 같은 절대권력자가 좌우하던 중앙집권적 정당운영의 틀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중앙당의 기능이 약화되고 의원총회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됩니다. 미국식 원내정당체제입니다. 여당도 행정부를 견제합니다.

7. 대통령 입장에선 정당민주화가 불편할 겁니다.

과거처럼 정부와 여당이 한몸이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치시스템은 대통령제보다 내각제에 맞습니다. 다수당이 정부를 장악하니 완벽한 일심동체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중심제는 견제와 균형의 3권분립이 원칙입니다. 대통령제에선 정부와 여당이 협력하면서도 견제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8. 경선룰 변경은 이런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불특정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선택권을 다시 뺏기는 의미입니다.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절차적 정당성에 흠결을 남겼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12.20.

https://www.joongang.co.kr/find/columnist/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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