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카타르시스 선물…그대는 메신”

2022. 12. 2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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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가 19일(한국시간) 카타르월드컵에서 우승하자 시민들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공화국 광장에 운집해 자축하고 있다. 오벨리스크에 리오넬 메시가 투영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난달 20일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의 아르헨티나가 우승 한 번 했으면 좋겠다. 메시가 유일하게 못 들어본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고 디에고 마라도나에게 바친다면? 카타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라고 썼다. 개인적으로 그린 스토리대로 됐다. 메시가 우승 트로피를 2년 전 세상을 떠난 마라도나에게 선물하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멋진 스토리가 완성됐다.

결승전에서 메시는 전반 23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프랑스 골키퍼 위고 요리스를 완전히 속였다. 후반 35분까지는 2-0으로 앞선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는 줄 알았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선발 공격수 4명 중 3명을 킹슬레 코망, 란달 콜로 무아니, 마르퀴스 튀람으로 바꿨다. 킬리안 음바페(24·파리생제르맹) 주위로 발 빠른 3명을 배치했다. 음바페는 후반 35분부터 2분 만에 2-2를 만들었다. 연장 후반 3분에 메시가 3-2를 만들었다. 하지만 메시가 채운 단추는 음바페가 다시 풀었다. 음바페는 연장 후반 13분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경기를 승부차기로 보냈다. 승부차기에서 음바페는 담대했고, 메시는 노련했다. 승부차기 골문을 아르헨티나 관중석 앞으로 정한 건 메시가 잘한 것 같다.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에 이어 메시라는 완벽한 선수를 또 배출했다. 4강전 직후 “메시 이름에 ‘ㄴ’을 하나 붙이고 싶다”고 했다. ‘메신(메神)’. ‘축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선수다. 메시도 잘했지만, 이번 우승은 아르헨티나라는 ‘팀’의 승리다. 앞서 4강전에서 아르헨티나는 크로아티아를 3-0으로 이기면서도 죽도록 뛰었다. 체력이 걱정됐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를 위한 동료들 마음이 느껴졌다. 프랑스는 준우승이지만, 음바페는 어디까지 갈지 기대된다.

월드컵은 축구 트렌드를 선도한다. 2010 남아공월드컵 우승국 스페인은 ‘티키타카’(짧고 빠른 패스 플레이)를 유행시켰다. 파비오 카펠로 전 잉글랜드 감독은 “터치, 터치, 더 많은 패스로는 이길 수 없다. 볼 점유율 73%라도 골을 넣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티키타카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한 경기 1000개의 패스를 성공한 스페인은 16강에서 탈락했다. 8강전(4경기)과 4강전(2경기)에서는 볼 소유가 더 적었던 5개 팀이 승리했다. 스피드와 활동량이 동반되지 않는 볼 소유는 비생산적이다. 점유율 축구와 빌드업 축구는 효율 축구의 상대가 안 됐다.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3개국이 16강에 올랐다. 처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소속 차두리는 “많은 아시아 선수가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어 겁먹지 않았다”고 분석했는데, 동의한다. 김민재(나폴리)가 “유럽파가 많은 일본이 부럽다”고 인터뷰했더라. 한국 프로축구팀은 스타 선수를 잃을까 두려워한다. 가나전에서 2골을 넣은 조규성(전북)도 원하고 기회가 된다면 유럽에 가서 배우는 게 좋다.

우리나라는 목표인 16강에 진출했으니 잘한 거다. 다만 일본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장기간 준비한다. 우리도 4년 앞만 보지 말고, 더 멀리 봤으면 좋겠다. 아르헨티나 우승을 보며 ‘죽기 전에 대한민국이 월드컵 결승에서 뛰는 걸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19일에 카타르에 왔으니 한 달이 지났다. 추운 겨울밤 길거리 응원을 해주신 축구 팬과 붉은악마가 생각난다. 축구가 뜨거운 겨울을 만들어줬고, 월드컵이 카타르시스를 선물했다.

안정환 해설위원, 전 축구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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