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심각… 흑자도산 나올 수도” 내년 경제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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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도산을 하는 기업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산업계 전망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자금 흐름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자국 보호무역 흐름 속에서 현지에 투자하라는 압력이 상당한 데다 고환율·고금리 부담이 크다. 흑자를 내도 부채와 이자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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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한계 상황 직면 관측
대기업도 긴축·유동성 확보 총력
“흑자도산을 하는 기업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산업계 전망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자금 흐름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자국 보호무역 흐름 속에서 현지에 투자하라는 압력이 상당한 데다 고환율·고금리 부담이 크다. 흑자를 내도 부채와 이자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한국 경제, 특히 산업계를 향한 어두운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복합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은 낙관적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경기침체에다 부채·이자 증가 속도까지 높아지면서 ‘흑자도산’ 위기감마저 감돈다. 기업들은 내년 경영계획의 제일 윗자리에 ‘유동성 확보’를 올려두고 있다.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전국 30인 이상 기업 240곳 가운데 90.8%는 내년 경영계획 기조를 ‘현상 유지’(68.5%) 또는 ‘긴축’(22.3%)으로 정했다. 고물가·고금리 등 악화하는 경제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이다. ‘확대 경영’을 계획하는 기업은 9.2%에 그쳤다. 경총은 “긴축 경영을 예정하는 기업들은 ‘전사적 원가절감’ ‘유동성 확보’를 구체적 시행계획으로 이미 세워둔 상태”라고 전했다.
이미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좋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평가데이터와 674개 중소 제조상장사의 분기별 부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9% 늘어난 반면 이자비용은 20.3%나 급증했다. 기업의 총부채 역시 같은 기간 10.4% 늘었다. 흑자를 내고 있는 데도, 늘어나는 이자와 부채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대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채권시장 악화, 금리 상승으로 현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대기업 상장사의 잉여현금흐름(FCF)은 1년간 48조원이나 감소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에서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세금,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이다. 기업의 실제 자금 사정을 알려주는 지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의 상장사 중 268곳을 조사했더니, 올해 1~3분기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14조1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62조1110억원) 대비 77.2% 감소한 수치”라고 밝혔다. 한 대기업의 재무담당 관계자는 “미뤄놨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텐데 그때가 되면 한계 상황에 몰리는 기업도 등장할 수 있다. 유동성 위기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일단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자금시장의 경색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주요 수출기업(100곳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90%가 ‘향후 6개월 이내 자금조달 사정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가 금리인상기였다면, 내년은 고금리 지속의 시기”라며 “경제 상황을 고려한 금리정책 등으로 기업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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