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왜 꼭 2%여야 해? Fed 물가 목표…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나상현 2022. 12. 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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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Fed 의장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초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연 2%로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 기조로 이동하는 것이다.”(제롬 파월 Fed 의장)

지난 15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파월 의장은 올해 내내 강조해온 ‘연 2%(전년 대비)’ 물가 목표를 재차 꺼내 들었다. 왜 1%도 3%도 아닌 2%를 고집하는 걸까. 고강도 통화 긴축 대신 3% 혹은 4%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안 되는 걸까.

처음 2%라는 목표치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건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재임하던 2012년 1월 발표된 ‘장기 목표 및 정책 전략에 대한 FOMC 성명’을 통해서다. 당시 버냉키 의장은 “2%라는 목표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털 CEO

2%보다 낮게 설정하지 않은 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방어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물가 목표치를 0%로 두면 디플레이션이 오더라도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며 “2%는 경기 침체기에도 마이너스 금리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ed는 물가를 들여다볼 때 대중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개인소비지출(PCE), 특히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추이를 가장 중시한다. PCE는 품목 범위가 CPI보다 넓고, 품목 비중도 2년마다 조정하는 CPI와 달리 분기마다 업데이트해 소비 패턴을 기민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버냉키 전 Fed 의장

근원 PCE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2% 안팎에 머물며 Fed의 기대를 충실하게 충족시켰다. 하지만 코로나19팬데믹이 본격화된 2021년부터 3%대로 오르더니 올해 1월엔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5.2%까지 치솟았다. 오는 23일 발표되는 11월 근원 PCE는 전년 대비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황이 이러니 뉴욕 월스트리트 일각에선 물가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0년 전 설정한 목표에 집착하다간 오히려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자가인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포춘지에 “2%는 일종의 임의적인 숫자에 불과하다”며 “문제는 2%로 가면 쉽게 마이너스(-) 2%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가 없고 상품은 너무 많은 디플레이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 퀸스 칼리지 총장도 최근 “내년 말 근원 PCE는 (Fed의 기대와 달리) 2~3%대로 떨어지지 않고 4% 이상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공급망 유동성, 에너지 전환, 자원 재분배, 그리고 2010년대에 경험한 저성장 등을 고려하면 목표를 3~4%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탈 CEO도 “Fed가 2%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자리를 파괴하는 경기 침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전·현직 Fed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2% 목표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목표치를 설정하면 고정 소득으로 생활하는 가계, 특히 퇴직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 기고문을 통해 “(2%보다) 높은 목표는 가계와 기업이 투자 및 지출 결정을 할 때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골대를 옮기는 것은 ‘실패’로 해석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역시 “(목표치 상향은) 위험한 개념”이라며 “주요 중앙은행이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게 되면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공통적으로 2%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도 제약 사항이다. 채현기 연구원은 “남미 등 일부 신흥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2%를 목표로 통화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며 “Fed가 홀로 목표치를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상현 경제부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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