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조선업 잿빛…내년 수출 0%대 증가 그치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올해 1300억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전 세계에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른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에만 194척, 236억 달러어치를 수주해 목표 수주량을 135.3%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수주량이 목표 대비해 각각 117%, 107%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 전망은 모두 ‘잿빛’이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수출이 내년에는 0.5%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전경련이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12대 수출 주력 업종,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컴퓨터, 이동통신기기 등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이 -1.9%로 가장 낮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그동안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반도체 부문은 수출이 15%가량 급락할 전망이다. 조선업은 최근 수퍼 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연이어 ‘수주 대박’을 터뜨리고 있지만,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내년 선박 부문의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1.7%에 그쳤다. 수주가 수출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수주를 하면 배를 인도하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마지막 인도할 때 회계상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익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 업계에서 저가 수주가 상당했다”며 “후판가격 인상과 고환율,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본격적 수익성 실현에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석유화학 -0.5%, 철강 0.2%, 자동차 0.9%, 일반기계·선박 1.7%, 바이오·헬스 3.5%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 10곳 중 네 곳(39.3%)은 내년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이유로는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45.7%) ▶주요 수출국의 경기 부진(33.9%) 등을 꼽았다.
무역협회도 내년 수출이 6624억 달러로 올해(6900억 달러)보다 4%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코로나19 기간 중 많이 늘어났던 수출이 내년부터는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원자재 수입 관련한 세제 지원 확대와 수출 물류 차질 방지 등 국내 기업의 수출 실적 개선을 위한 환경 조성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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