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팍도 유찰…경매시장까지 얼어붙었다
경매시장에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극심한 아파트 ‘거래 절벽’으로 정상적인 거래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매물이 경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내년에는 이런 경매 매물이 더 늘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빚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전셋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갭투자자(거주 목적이 아닌 전·월세를 끼고 매매)’의 아파트가 대거 경매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19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1월 전국 아파트 경매 건수는 1904건으로 집계됐다. 10월(1472건)보다 29.3% 늘었다. 올해 최저치인 지난 2월(1206건)과 비교하면 57.9% 증가했다. 월간 기준으로 2021년 3월(2029건) 이후 1년 8개월 만에 매물이 가장 많다. 특히 지난달 서울은 162건, 경기는 321건, 인천은 131건의 아파트 경매를 진행했다. 역시 올해 초보다 2~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유찰되는 물건이 늘면서 경매 매물이 쌓이고 신규 경매 물건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경매 매물은 늘고 있지만, 수요는 얼어붙었다. 우선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162건 중 23건만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이 14.2%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21년 만에 역대 최저치다.
또 지난 6월 110.0%까지 올랐던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 83.6%로 급감했다. 경매 낙찰가율은 일반적으로 주택 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린다. 낙찰가는 시장의 매도 호가나 실거래가의 최저가를 바탕으로 써내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낙찰가율이 하락했다는 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의 인기 아파트 경매 매물마저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2016년 준공 이후 경매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지난 13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8㎡(14층)가 감정가 42억원에 입찰이 진행됐으나 유찰됐다. 해당 면적의 최고가는 지난 4월 44억원이며, 최근 호가는 39억~43억5000만원 수준이다. 이 매물은 다음 달 31일 33억6000만원에 재응찰에 들어간다.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전용 84.43㎡) 매물도 2017년 이후 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경매에서 2번 연속 유찰되면서 내년 2월 2일 세 번째 입찰이 진행된다. 당초 27억9000만원이던 최저입찰가는 17억8560만원까지 떨어졌다. 가장 최근 거래된 해당 면적형 가격은 지난달 21일의 21억5000만원이다.
아파트 경매 매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서울지역 세입자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월세 계약 만료 시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등기 우선순위에 따라 매각대금으로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54건 대비 25.9% 증가했다. 12월 신청 건수를 집계하지 않았는데도 연간 최다 기록이었던 2012년의 3592건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1월 202건이었던 신청 건수가 11월 580건을 나타내는 등 증가 추세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아직은 원리금 미상환으로 근저당권자인 금융기관이 신청하는 아파트 임의경매 매물이 크게 늘진 않고 있다”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신규 경매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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