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금리에 우르르…저축은행 퇴직연금 30조 돌파
저축은행 정기예금이 고금리 영향으로 인기를 끌면서 올해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잔액이 3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10조원에 육박한 자금이 몰린 영향이다.
1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한 32개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30조537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20조8988억원)과 견줘 46.1%(9조6390억원) 급증했다. 특히 2018년 금융당국이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해 저축은행의 예·적금 상품을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추가한 이후 4년여 만에 잔액이 3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파는 퇴직연금의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은 19일 기준 240개다. 회사가 퇴직금을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을 비롯해 근로자가 돈을 굴리는 확정기여(DC)형과 이직하거나 퇴사할 때 받은 퇴직금을 적립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포함해서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에 뭉칫돈이 몰린 데는 고금리 영향이 크다. DB형 상품 중 1년 만기 금리가 가장 높은 것은 연 6.5% 금리를 주는 OSB저축은행과 키움저축은행, 드림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83개 DB형 상품 가운데 6% 이상 금리를 주는 상품은 30개에 이른다.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상품 상당수가 5%대인 점과 비교하면 금리가 높은 편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정기예금이 현재 시중은행의 DB형 퇴직연금 상품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았다. 금리는 1년 만기 연 5.6%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연 4.99~5.05% 금리(1년 만기)를 준다.
개인이 가입한 저축은행의 퇴직연금(DC·IRP)은 원리금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퇴직연금용 정기예금은 저축은행별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저축은행)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관심이 커졌다”며 “투자손실이 없는 데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에 판매가 잘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퇴직연금은 효자 상품이다. 저축은행이 가입자에게 직접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제휴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한다. 저축은행은 퇴직연금 마케팅, 모집 인력 등에 쓰이는 영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노후자금으로 활용되는 퇴직연금 특성상 일반 예·적금보다 고객이 장기간 돈을 맡겨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변수는 지난 7월 시행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이하 디폴트옵션)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만기에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금융사가 알아서 운용하는 제도다. 다만 디폴트옵션 상품 포트폴리오에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은 제외됐다. 만일 퇴직연금에 포함된 저축은행 정기예금이 만기가 됐을 경우 가입자가 직접 재예치를 지정하지 않는다면 다른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중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자금 이탈에 따른 건전성 관리를 우려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2년 만기로 굴리는 정기예금 특성상 내년부터 디폴트옵션에 따른 자금 이탈이 있을 수 있다”며 “수신 잔액의 50% 이상을 퇴직연금에 의존하거나 자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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