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 눌렀다면 근원물가 5.1%…내년이 더 걱정
정부가 물가 단속에 나서지 않았으면 물가가 더 크게 올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관리물가’를 제외할 경우 근원물가 상승률은 11월 5.1%로 집계됐다. 관리물가를 포함한 전체 근원물가 상승률(4.3%)보다 0.8%포인트 높은 수치다. ‘근원물가’란 소비자물가에서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로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나타낸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46개 품목을 모아 산출한다. 전기·도시가스 등 공공요금뿐 아니라 병원 진료비·검사비와 휴대전화료, 부동산중개수수료, 보험료 등이 포함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7월 6.3%를 기록한 후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매달 상승률이 꾸준히 둔화해 11월에는 5%로 내려갔다. 하지만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4.1%로 4%대를 넘어 선 후 8월 4.8%, 9월 4.8%, 10월 5%, 11월 5.1% 등 매달 오르고 있다.
전체 근원물가 상승률도 이보다는 작지만 8월 4%를 넘어선 후 11월 4.3%까지 오름폭을 키웠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퍼지며 외식 등 서비스물가의 오름폭이 커진 영향이다. 정부가 관리물가를 제한하지 않았다면 전체 근원물가 상승 폭은 더 커졌을 수 있다는 의미다.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상승이 더 가파른 건 정부가 공공서비스 요금을 억제한 영향이 반영됐다. 관리물가로 분류되는 공공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전년 대비 0.8% 올랐다. 공업제품(5.9%), 개인서비스(6.2%) 등에 비해 오름폭이 적다.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오른 가스·전기요금도 관리물가에 속하지만, 에너지 품목으로 분류돼 근원물가 산정에서는 제외된다.
다만 내년에는 올해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주도해 온 외식 등의 상승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공공서비스 요금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 11월 경제 전망을 통해 “11월부터 고속·시외버스요금이 인상된 데 이어 내년부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택시 기본요금 인상 가능성이 큰 점도 물가압력을 높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에서도 내년에는 관리물가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공서비스 요금은 일회성 인상 성격이 강하고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봐서다. 지난 11월 2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내년에는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의한 물가 영향이 올해에 비해 더욱 확대되는 한편 해당 요인을 제외한 물가상승 압력은 그만큼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에너지항목을 제외한 물가나 관리물가를 제외한 물가지표가 전달하는 의미가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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