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 포드, 팔순에도 액션 찍었다
“영화관에 간다는 건 인류애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두운 공간에서, 생판 남과 나란히 앉아 스크린을 마주하며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일이잖아요.”
어느덧 팔순인 해리슨 포드가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966년 데뷔한 그는 올해가 활동 57년 차. 영화 ‘스타워즈’부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으로 국내에도 팬층이 두텁다. 그가 청춘스타였던 시절과 지금은 영화 감상법 자체가 달라졌지만, 그는 여전히 ‘영화는 영화관에서’ 주의다. 혼자여도 함께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NYT에 “사실 텔레비전은 잘 보지 않는다”며 영화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82년도 작인 ‘인디아나 존스’ 1편은 어느덧 내년에 5편 개봉을 앞두고 있다. 5편 연출인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해리슨 포드를 포기할 수 없었는지, 40대 캐릭터로 그를 기용했다. 주름 등을 제거하는 최신 영상 기법을 동원한 덕이다. 그만큼 포드에 대한 영화계의 신뢰가 단단하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그의 롱런 비결은 뭘까. 그는 올해에만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고, NYT 인터뷰 직전에도 뉴욕에서부터 라스베이거스까지 시사회 등에 참석하느라 미국 대륙을 수차례 횡단했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애정도 있겠지만 NYT는 그의 팀워크를 원동력으로 꼽았다. NYT는 “칼바람이 부는 야외 촬영에서 10시간 넘게 발가락이 꽁꽁 얼어도 불평 한마디 않고 제작진과 후배 배우들까지 챙기더라”라거나 “극한 상황을 견뎌내는 그의 모습엔 뭔가 경이로운 게 있다”는 동료 영화인들의 코멘트를 소개했다.
포드는 이에 대해 “그냥, 영화에 출연한다는 내 일을 사랑한다”며 “영화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 평생 해온 일이다 보니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이런 나 자신의 본질 만큼은 바뀌지 않는다”며 “나 자신의 다른 모습을 찾아내고 싶지 않고 그냥 해왔던 일을 계속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은 잘 보지 않는다지만 자신이 나온 영상은 매체를 가리지 않고 꼼꼼히 모니터링한다고 한다. 그는 “영상을 직접 봐야 연기를 점검할 수 있다”며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NYT는 그를 두고 “때로 무뚝뚝하다는 이야기도 듣는 이 배우는 이제 더 이상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데도 끊임없이 열심히, 묵묵히 일에 임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작의 비결에 대해 “솔직히 나도 어떻게 그 많은 작품들을 다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며 “그냥 했고, 그렇게 됐다”며 웃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연기와 영화는 내게 고향과 같은 존재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일을 찾은 건 행운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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