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율 0% ‘죽은 저수지’만 전국 22곳…말라붙은 겨울
남부 지방의 겨울 가뭄으로 저수율이 0%까지 떨어진 저수지가 발생하고 있다. 물이 말라가는 저수지에 강제로 물을 끌어다 채워 넣는 작업까지 하고 있지만, 물 부족 우려는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현재 농어촌공사 산하 저수지 중 저수율 0%가 된 곳은 전국 22곳에 이른다. 저수율이 0%가 됐다는 것은 저수지가 물을 뽑아 쓸 수 없는 ‘사수위(死水位)’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저수지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저수율 30% 미만으로 떨어진 곳까지 넓혀 보면 121곳 저수지의 물이 말라가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평년의 40% 이하로 떨어지면 가뭄 위기경보 ‘심각’ 단계로 판단하고 비상급수 등의 대책을 추진한다.
겨울철이지만 마늘·양파 등 밭작물을 위한 농업용수를 필요로 하는 곳도 있다. 또 내년 농사를 위해선 미리 물을 저장해 두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저수율 0%에 이르는 저수지가 꾸준히 발생하며 가뭄이 일상화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호남 지역의 가뭄이 심각하다. 전남에 있는 농어촌공사 저수지의 저수율은 평균 46.4%에 불과하다. 전북 지역도 52.8%에 그친다. 저수 가능한 용량 중 실제 모아 둔 물의 양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반면 경기도·강원도·충남의 저수율은 90%를 웃돈다. 전국 평균 저수율은 67.7%로 지난해 같은 때(82.2%)보다 14.5%포인트 낮다.
농어촌공사는 가뭄이 특히 심한 전남 영광군 옥실저수지·함평군 월천저수지 등에 용수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년 인근 지역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이 생겨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현재 영광 옥실저수지의 저수율은 14.5%에 불과하다. 함평의 월천저수지는 저수율이 38.6%다.
농어촌공사는 결국 영산강 본류에서 나주시 평산저수지, 함평군 목교저수지 등을 거쳐 149만5000t의 용수를 확보하는 대규모 급수 대책을 추진한다. 영산강으로부터 최종 목적지인 영광 옥실저수지까지 약 35㎞의 수로로 물을 대는 대형 프로젝트다. 박재근 농어촌공사 홍보실장은 “영산강에서 펌프로 끌어올린 물을 각 저수지에 70%가 될 때까지 채울 계획인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며 “내년 농사를 위해서는 용수를 미리 저장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용수를 주로 공급하는 저수지와 함께 생활·공업용수를 저장하는 댐 역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 인근 지역 주민은 ‘샤워시간 줄이기’ ‘양치컵 사용’ 등 물 절약을 독려하는 안전 문자메시지를 계속 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가뭄이 내년 2월까지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겨울철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섬진강댐 등 전라도 지역 댐 4곳은 ‘심각’ 단계의 관리에 들어갔다.
최근 광주·전남 지역에 큰 눈이 내렸지만, 해갈에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다. 눈은 비처럼 저수지나 댐으로 흘러 들어가는 양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식수난을 겪고 있는 완도 등 5개 섬 지역에선 제한급수를 시행 중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7~19일 광주·전남에 사흘간 최고 20㎝ 안팎의 많은 눈이 내렸으나 이를 강수량으로 바꾸면 평균 6~8㎜에 불과하다.
장경석 전남도청 자연재난관리팀장은 “최근 5년간을 보면 1·2월의 월평균 강수량이 약 35㎜ 정도였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비가 100~200㎜는 더 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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