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證 ‘삼천피’ 장밋빛…국내선 ‘글쎄’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보다 내년 증시를 더욱 밝게 본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간 코스피 전망을 내놓을 때 ‘외국계는 비관, 국내 증권사는 낙관’이라는 공식이 일반적으로 통용됐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지난 11월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상장 주식을 3조원 가까이 사들이며 2개월 연속 순매수했다.
최근 외국인 자금 비중은 전체 시가총액의 30%에 그친다. 2009년 7월(30.3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비중이 2020년대 초 40%대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계 증권사 분석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더욱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2600에서 2750으로 올렸다. 하락장에서 2100까지 내려갈 수 있어도 상승장이 오면 최대 3000까지 올라설 수 있다고 했다. 12월 14일 기준 코스피는 2399.25. 그나마 2100선까지 무너졌다 최근 반등한 수치다. 내년 국내외 경기가 더욱 불안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의외의(?) 낙관론인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12월 초 낸 ‘2023년 한국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매크로(거시경제) 리스크와 한국은행 긴축 정책이 주가 상승을 방해할 수 있겠지만,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며 하락보다는 상승에 무게를 뒀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기준금리 25bp 인상을 마지막으로 긴축 정책을 종료하고, 원화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 예측했다.
JP모건도 강세론에 섰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매크로 영향으로 코스피가 2250~2550선을 오가며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으리라 봤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매크로 리스크가 사라지고 대기업 실적 예상치가 개선하면서 코스피가 2800을 향해 상승 곡선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JP모건은 “내년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기업 실적이 악화하겠지만 시장은 이런 악재를 이미 주가에 반영했다”며 “시장 관심은 2024년 실적으로 돌아설 것이고 주가가 회복세로 돌아서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12월 보고서에서 코스피 목표치를 2800으로 제시했다. 투자의견을 ‘중립(Market weight)’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높였다.
국내 증권사는 보수적 시각
인플레이션 불안감 더욱 커
국내 증권사는 외국계보다 조심스럽다.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는 대체로 ‘2000~2600’선이다. 가장 보수적으로 코스피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다올투자증권으로, 내년 코스피가 1940~2640선을 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증권도 2000~2450선으로 비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이외 ▲하나증권 2050~2550 ▲현대차증권 2050~2570 ▲메리츠증권 2100~2600 ▲신한투자증권 2000~2600 ▲삼성증권 2000~ 2600 ▲대신증권 2050~2640 ▲한국투자증권 2000~2650 ▲교보증권 2200~2650 ▲유진투자증권 2300~ 2700 ▲신영증권 2140~2710 ▲NH투자증권 2200~2750 ▲IBK투자증권 2000~2800 등의 의견을 냈다.
국내 증권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외국계보다 더 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외국계 증권사가 내년 인플레이션이 잦아들 것이라고 판단한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는 한, 코스피가 12월의 회복세를 이어가기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기업 실적도 변수다. 다수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실적 부진이 주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 자릿수 이상 이익 성장이 예상되는 S&P500과 달리 코스피 기업 이익은 올해와 내년 전년 대비 감익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실적 둔화가 전체 실적 모멘텀 악화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방준비제도의 자산 축소는 2024년까지 이어지고, 한국 수출 증가율은 내년 내내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스피를 박스권으로 묶은 유동성과 펀더멘털(기업 경쟁력)은 내년에도 녹록지 않다”고 분석했다.
강재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초 금리 인상이 멈춘다면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주식 시장 밸류에이션(가치)이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해당 랠리가 추세 반등이 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쉽게 잡히지 않을 듯 보인다”며 “내년 내내 경기 하방 리스크, 각종 악재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맥쿼리만큼은 비관적
상승동력 부족해 L자형 회복
다만 외국계 증권사 중 맥쿼리처럼 극단의 비관론에 선 곳도 있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대표는 내년 코스피 저점이 2000선을 뚫고 19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내년 경기 침체는 이미 확정적이고, 내후년 경기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시장은 ‘V’자 반등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기울어진 ‘L’자처럼 경기 회복이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으로 그나마 있는 수요를 위축시키고, 이런 수요 위축이 내년 2분기부터 나타나며 경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맥쿼리가 예상한 내년 코스피는 상반기 2200~2400, 하반기 2400~2600의 박스권이다. 레고랜드 사태나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같은 유동성 이벤트가 나타나면 코스피 저점은 내년 2~3분기께 190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가 코스피 상단에 대한 기대치는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코스피 흐름을 ‘상저하고’로 예상했다는 점이다. 또한 내년 경기 침체 리스크도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는 내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투자에 나서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 시장은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역금융·역실적 장세에서 금융 장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금융 장세 초반에 강한 금융주를 비롯해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고수익 성장성을 보유한 종목 위주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10년 단위로 반복되는 ‘큰 기회(The Great Chance)’를 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1970년대 인플레이션 ▲1980년대 플라자합의(엔화 강세) ▲1990년대 인터넷 부상과 닷컴 버블 ▲2000년대 세계화와 중국 성장 ▲2010년대 기술 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있었다.
2020년대는 지역 블록화와 환경, 인구가 새로운 화두다. 10년 만에 찾아오는 큰 트렌드 변화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대신증권 제안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때가 반등 시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나 미국이나 내년 하반기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가 박스권에 있는 동안에도 종목별 차별화는 뚜렷했다”며 “지역 블록화, 환경, 인구라는 메가 트렌드를 놓고 조선, 철강, 방산, 2차전지, 로봇, 반도체, 바이오 등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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