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화천 ‘산천어축제’만 있는게 아니었네… 사계절 관광지 각광
체류형 관광지로 성공적인 변신
파크골프, 전국서 찾는 성지로
케이블카·유람선 안보관광 인기
강원도 화천군이 사계절 관광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화천산천어축제는 화천을 겨울 축제의 고장으로 만든 일등공신이자 지역을 먹여 살리는 원동력이다. 매년 겨울 20여일의 축제 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 화천 인구 2만3520명의 22배에 달하는 규모다. 직접 경제효과는 1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축제를 열지 못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화천군은 이런 난국을 극복하고자 ‘사계절 체류형 관광’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파크골프와 케이블카, 유람선이었다.
북한강변에 만든 파크골프장은 화천을 파크골프 성지로 바꿔놓았다. 지난해 7월부터 하남면 거례리 산천어파크골프장 제1·2구장, 용암리 파크골프장 등 3개 파크골프장을 차례로 개장했다. 총 시설면적만 11만1059㎡, 코스 총연장은 4253m에 달한다.
파크골프는 산천어축제를 열지 못해 생긴 공백을 채웠다. 누적 이용객은 10월 기준 13만2000명에 이른다. 매달 8800명이 화천을 찾은 셈이다. 서울과 경기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찾은 외지 동호인은 6만5000여명으로 전체 방문객의 절반에 육박한다.
인기비결은 저렴한 비용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점이다. 18홀을 도는 비용이 5000원에 불과한 데다가 화천지역에서 숙박하면 이 마저도 받지 않는다. 북한강변에 위치해 풍광이 뛰어나고 홀컵과의 거리가 멀어 시원하게 공을 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화천군은 메이저 대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잭폿’을 터뜨렸다. 7월 열린 산천어 전국 파크골프 페스티벌은 단일 대회로는 처음으로 3000명이 넘는 선수가 찾았다. 예선과 결선 경기가 열리는 동안 참가 선수들이 화천에 머물며 소비해 지역 경기를 끌어올렸다.
파크골프 대회는 대부분 당일 길어야 이틀간 진행된다. 하지만 군은 지역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예선부터 결선까지 길게는 50여일에 걸쳐 경기를 진행했다. 송민수 군 홍보팀장은 19일 “동호인 대다수가 중장년층으로 높은 구매력을 보유해 지역경제 기여도가 크다”며 “지역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숙박시 라운딩 무료, 긴 경기 일정도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관광 상품도 새로워졌다. 군은 남과 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국내 최북단 백암산 케이블카의 운행을 10월 시작했다. 민간인 통제구역에 있다. 케이블카의 운행 거리는 2.12㎞, 운행시간은 15분 정도다. 46인승 2대가 양방향으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가동한다.
북한 금강산댐에서 14㎞, 남한 평화의댐에서 12㎞ 정도 떨어져 있어 산 정상에 오르면 양쪽 댐을 살펴볼 수 있다. 비무장지대 천혜의 비경과 함께 북한의 농촌 마을도 조망할 수 있다.
백암산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면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하루 입장 가능인원은 500명이다. 케이블카는 파로호 유람선 평화누리호와 연계해 운행한다. 평화의댐 등 안보 관광지를 둘러본 후 이동해 케이블카를 타고 백암산에 오르게 된다. 평화누리호는 화천군이 안보 관광지를 서로 연결하기 위해 만든 배다. 40t급, 최대 27노트로 파로호를 달린다. 간동면 파로호 선착장에서 평화의 댐까지 24㎞를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군은 산천어축제와 파크골프, 평화누리호, 백암산 케이블카 등 관광자원을 연계, 1박 2일 또는 2박 3일 코스의 체류형 관광상품을 개발해 화천을 사계절 관광도시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파크골프와 관광, 시너지 효과 점점 커질 것”
최문순(사진) 강원도 화천군수는 19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파크골프와 지역 축제, 관광 자원을 결합해 이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핵심 콘텐츠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군수는 "산천어축제는 지역을 먹여 살리는 원동력이지만 날씨, 코로나19 등 변수 때문에 축제를 여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레저스포츠 가운데 파크골프가 화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해 파크골프장을 확충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과 파크골프의 시너지 효과는 앞으로도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산천어축제, 토마토축제 등과 파크골프를 접목한다면 더욱 경쟁력 있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접경지역인 화천은 86.2%가 산지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 등 갖가지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공장 하나 세우려 해도 제약이 많다. 군이 관광산업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최 군수는 "관광은 물리적 제약도 없고 아이디어만 좋다면 실물 공장을 유치하는 것보다 부가가치가 더 크다"며 "화천은 각종 군사·환경 규제로 제조업 등 기업을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굴뚝 없는 산업인 관광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1월 7일부터 29일까지 화천천 일원에서 3년 만에 '2023 얼음나라 화천산천어 축제'가 열린다"며 "그동안 축제 취소로 어려움을 겪은 군민에게 희망을 주고, 관광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화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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