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뇌암’ 新치료법 수년내 임상 전망… 환자에 새 희망

민태원 2022. 12. 1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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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면역세포 전달’ 치료법 부상
동물실험서 항암·생존 연장 확인
연구팀, 5년 내 인체 임상시험 착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뇌종양을 진단받으면 대개 생이 얼마 안 남은 것으로 그려진다. 뇌종양 중에서 예후가 가장 나쁜 ‘교모세포종’일 경우 실제로 그렇다. 평균 2년을 채 못살고, 5년 이상 생존율은 5~10%에 불과하다. 최악의 뇌암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30여년간 다른 암종들은 새로 개발된 표적항암제에 좋은 반응을 보이며 치료 성적이 급속도로 향상됐으나 교모세포종은 췌장암 식도암 등과 함께 생존율이 거의 늘지 않았다.

이처럼 불치에 가까운 교모세포종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입양 면역세포 전달(Adoptive Immune Cell Transfer)’ 치료법이 최근 시도되고 있다. 빨라도 5년 후에야 실제 환자에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용화될 경우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 희망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교모세포종은 수술로 암 제거 후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이 표준이지만 예후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부위 암은 수술 시 주변 정상조직 일부를 제거해 완치에 도전할 수 있지만, 뇌의 경우는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술로 완치는 불가능하다. 또 쉽게 투과하지 못하는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이 존재해 항암약물에 대한 반응도 좋지 못하다.

이런 가운데 2018년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들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으면서 면역항암 치료의 시대가 열렸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를 죽이는 백혈구 속 T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치료제다. 이런 방식의 항암제가 현재 여럿 개발돼 폐암이나 악성흑색종 등 일부 암 치료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교모세포종에겐 면역관문억제제가 전혀 먹히지 않아 결국 임상시험이 실패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안스데반 교수는 19일 “면역계를 자극해 몸속 T세포를 활성화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종에 따라 효과 차이가 있다. 즉, 잘 듣는 암이 있고 그렇지 못한 암이 있는데, 교모세포종은 후자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교모세포종에서는 2017년말 암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T세포를 직접 넣어줘 효과를 보인 임상사례가 처음 소개됐다. 환자 자신이나 타인의 혈액에서 분리한 면역세포에 암세포를 식별하고 공격하는 능력을 강화(유전자 조작·배양)해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방식으로 ‘입양 면역세포 전달 치료’로 명명됐다. T세포와 B세포, NK세포, 수지상세포 등의 면역세포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실제 효과를 인정받아 제품화된 것은 혈액암에 허가받은 ‘카티(CAR-T) 치료제’ 킴리아가 있다.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도록 고안된 특수 수용체(CAR)를 T세포에 붙인 뒤 환자 몸에 주입되는 이 제품은 지난 4월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돼 재발·전이성 혈액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2017년 말 이후 교모세포종에도 이처럼 직접 암을 공격할 수 있는 T세포를 넣어주는 입양 면역세포 전달 방식이 미래에 가장 기대되는 치료법으로 급부상했다. 다만 카티 치료제에 쓰이는 T세포는 전체의 95%를 차지하는 일반 T세포(알파베타)이고, 교모세포종에 쓰이는 것은 5% 정도인 ‘감마델타 T세포’다. 일반 T세포는 ‘항원 특이적’이라 암종별로 특이한 항원을 인식하는 T세포만 분리·배양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더구나 교모세포종은 T세포가 인지할만한 항원이 뚜렷하지 않아 이 방법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반 T세포에 CAR수용체를 붙이는 유전자 조작을 함으로써 암을 공격하도록 한 것이 카티 치료제인 것이다.

반면 감마델타 T세포는 일반 T세포와 달리 다양한 수용체를 갖고 있어 특별한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아도 암세포를 잘 인지해 좀 더 폭넓게 공격할 수 있다. 실험실 내에서 배양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안스데반 교수팀은 최근 국제학술지(Oncoimmunology)에 감마델타 T세포를 활용해 교모세포종의 치료 효과를 확인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에서 추출한 감마델타 T세포를 교모세포종에 걸린 쥐의 종양 내에 직접 주입한 결과 암 크기가 줄고 생존이 연장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교모세포종 암세포가 갖고있는 수용체 중 감마델타 T세포와 가장 잘 결합하는 분자(DNAM-1 리간드)를 찾아냈다.

안 교수는 “향후 진행될 감마델타 T세포를 이용한 입양 면역세포 치료 임상시험에서 높은 치료 반응을 얻을 교모세포종 환자군을 최초로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혈액검사에서 DNAM-1 리간드 수용체 발현이 높게 나오는 환자일 경우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 맞춤형 치료를 구현할 최적의 바이오마커(생체 지표)를 찾아낸 셈이다.

아울러 카티 치료제는 암환자 자신에게서 추출한 T세포를 사용해 아무래도 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감마델타 T세포는 건강한 사람의 것을 활용해 그럴 염려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향후 건강한 다른 사람의 혈액에서 감마델타 T세포를 기증받아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5년 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안 교수는 “교모세포종은 정복하기 어려운 암 중 하나지만 항암 면역세포 치료는 기억 기능이 있어 완치에 가까운 효력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단 암의 저항 또한 강력하기에 지속적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모세포종에 대한 입양 면역세포 치료는 전 세계적으로 전임상(동물실험) 연구가 대부분이며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는 수준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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