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비용까지 줄인다"...허리띠 졸라매는 유통가
[한국경제TV 유오성 기자·김예원 기자]
[앵커]
유통업계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내년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대비에 나선 건데요.
이와 함께 투자를 줄이거나 유동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먼저 김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유통가에 인력 감축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롯데면세점과 롯데하이마트뿐 아니라 주류업계 양대기업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HMM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장기 근속자는 물론 2030 젊은층까지 구조조정 한파에 내몰렸는데,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해당 직원만 1,300여 명에 달합니다.
내년 경기 악화 우려가 커지자 선제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 (면세) 시장 자체가 코로나 이후에 위기가 장기화되고… 면세 사업 자체가 이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시장 위주로 많이 돌아서고 있어요. 바뀌는 사업 구조에 맞춰서 조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최소 15년 대리급 이상 사원 대상으로…]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운영비가 많이 드는 사업을 축소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전략을 구사해온 명품 플랫폼들은 최근 잇따라 모델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그간 광고 선전에 많은 비용을 투입해 재무 부담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SSG닷컴은 내년부터 충청권(대전, 청주, 천안, 세종 등)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수요가 많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사업을 재편하면서 운영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입니다.
[SSG닷컴 관계자: 코로나때는 비용을 들이더라도 더 큰 외형 성장을 도모했다면 이제는 경기가 위축되고 그러다보니까 수익성 개선 전략을… 대형 PP센터 확대를 하려고 했던 계획들도 고객들 주문량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유동성 위기를 대비해 현금 확보에 나서는 기업도 늘었습니다.
호텔롯데는 보유 중이던 롯데칠성음료 주식 전량을 매각해 379억 원가량을 마련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이 보유한 현대렌탈케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유통가가 끝 모를 침체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내용 유통산업부 유오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유통업계가 긴축 모드에 돌입한 이유가 결국 고물가로 소비자들 지갑이 닫히고 있기 때문이잖아요. 소비심리가 얼마나 안좋습니까?
[기자]
올해 미국이 강도 높은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달러화 초강세 현상이 나타났고,
이게 원유나 곡물 등 경제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원자재 값을 밀어 올리면서 물가가 연쇄적으로 오르는 고물가 현상이 나타났죠.
또 이런 고물가 현상을 잡기 위해서 통화당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잖아요.
연초 시작된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벌써 1년 동안 지속되다보니 이제는 소비가 줄고 있어요. 실제 지표로도 이런 소비 회복세 둔화 양상이 뚜렷히 보이는데요.
올해 신용카드 매출액 증가율을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지난 8월 20.6% 올랐던 것이 매월 꾸준히 줄어 지난달에는 4.4%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8월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소매판매 활동 지표도 10월 -0.2%를 기록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11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전월에 비해 줄었습니다.
소비 회복세 둔화 영향이 기업 실적에도 반영이 됐는데요. 신세계 11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줄었는데, 이는 9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앵커]
올해는 어렵지만 내년은 다를 수 있잖아요. 기업들은 내년도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기자]
유통 기업들이 바라보는 내년도 경기는 더 어렵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소매유통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내년도 유통산업 전망을 조사했는데요.
기업들은 내년 소매시장이 올해 대비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엔데믹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있지만 고물가, 고금리 같은 부정적 요인이 더 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 건데요.
실제 내년 소비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도 부정 평가(55.3%)가 긍정 평가(44.7%)보다 많았습니다.
경기 전망을 담은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내년을 넘어 2024년 2분기까지 경기 수축 국면이 이어질 것 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올해 7월부터 시작된 고강도 긴축 영향이 파급 효과를 감안해 내년 1분기 본격화 하고, 우리 경제 수축기가 평균 18개월이었던 점을 고려한 분석 결과입니다.
[앵커]
내년, 더 나아가 내후년까지도 경기가 회복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유통기업들은 다가온 위기를 넘기 위해 어떤 대비책을 세우고 있나요?
[기자]
유통기업들은 무리한 사업확장 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위기 관리에 주력한다는 방향을 가지고 내년도 경영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내년엔 허리띠를 더 졸라 매겠다는 거죠.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백화점 업체들은 내년을 대비해 비용 감축과 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다음달 설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설 선물세트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상황이고요.
이미 가격 인상과 비용 절감을 단행한 식품업계도 내년에는 불필요하게 집행되는 예산이 없는지 한 번 더 들여다 보는 짠물 경영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조직 개편이나 원가 절감 같은 굵직한 이벤트는 대부분 올해 마무리한 상태라 내년에는 야유회나 회식을 줄이면서까지 비용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식품업계 관계자 : 직원들 야유회를 줄인다거나 원재료를 구매할 때 한 번 더 검토하는 식으로 예산 집행을 최소화하고 있고요. 돈을 쓸 때도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체험이나 이벤트 기회를 만드는 식으로 마케팅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앵커]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사리는 모습인데, 그런데 또 어렵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불황일수록 미래 투자를 늘려야 경기호황기 과실을 누릴 수 있을텐데요.
[기자]
지금은 어렵더라도 미래 성장 기반에는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 유통기업들이 가진 생각입니다.
낮은 영업이익률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식품업계는 고수익을 올릴 미래 식품소재를 찾는데 관심이 많은데요.
CJ제일제당은 최근 FNT(Food & Nutrition)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래 식품소재와 영양 솔루션, 대체 단백 사업 확장에 나섰습니다.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곳도 있습니다.
오리온은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를 통해 치주질환 치료제 전문업체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고요. 앞서 롯데그룹도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2천억원대 투자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점접을 늘려 가려는 노력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전 계열사의 멤버십과 물류를 통합하려는 신세계그룹은 네이버, KT 등 IT 회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진 않았지만 전국 160여개 이마트를 도심형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 신세계그룹 멤버십은 현재 신세계포인트, G마켓 스마일클럽, 스타벅스코리아 등 계열사별로 따로 떨어져 있잖아요.
이런 것들이 조만간 통합되면서 신세계그룹을 중심으로 거대한 멤버십 생태계가 탄생할 거란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유오성 기자·김예원 기자 os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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