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팍팍해 보험 깼다”… 해지금 3개월 새 14→2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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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 사는 40대 A씨는 10년 가까이 납입한 종신보험을 최근 중도 해지했다.
1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보험사 23곳이 지급한 해지 환급금은 24조3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십년간 보험료를 성실히 납입하더라도 사업비 등 명목으로 공제되는 금액이 커 해지할 경우 낸 보험료의 절반가량만 돌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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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 사는 40대 A씨는 10년 가까이 납입한 종신보험을 최근 중도 해지했다. 얼마 전에 실직했는데 구직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매달 4만원씩 내는 보험료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 당시 3%대 기준금리를 기반으로 예정 이율이 적용돼 메리트가 큰 상품이었지만 당장 어려운 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A씨가 해지하고 받은 돈은 납입한 보험료의 절반뿐이었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보험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먹고살기 팍팍해지자 최후의 보루로 남겨둔 보험에까지 손을 대는 것이다.
1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보험사 23곳이 지급한 해지 환급금은 24조3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9조7300억원) 대비 23.3% 증가했다. 생보사 해지 환급금 통계에는 종신보험과 같이 만기가 긴 상품이 다수 포함된다. 수십년간 보험료를 성실히 납입하더라도 사업비 등 명목으로 공제되는 금액이 커 해지할 경우 낸 보험료의 절반가량만 돌려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생명보험을 해지하는 가입자 대부분이 생계가 크게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2조2200억원이던 해지 환급금은 5월 11조3500억원, 7월 16조74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올해 9월까지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생명(4조9200억원) 한 곳에서만 5조원에 가까운 해지 환급금을 지급했다. 이 추세라면 최근 5년 내 해지 환급금이 가장 많았던 2020년(27조4900억원)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보험료를 2개월 이상 내지 못한 탓에 계약이 무산돼 돌려받는 효력 상실 환급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9월말 현재 누적 효력 상실 환급금은 9400억원으로 3개월 전(6300억원)보다 48.1% 증가했다.
급전이 필요한 경우 ‘약관대출’이라고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을 이용하면 해지하지 않고도 환급금 범위 안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확정(고정)형 기준 보험계약대출 금리가 최대 연 8.6%에 이르는 등 금리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계는 연 9%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보험을 해지해 몇 푼 안 되는 환급금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보험계약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 최근 보험업계에 인하 가능성을 타진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과 대형 생보사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낮게는 연 1%대 금리를 적용한 보험계약대출 상품을 내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는 보험을 해지하는 가계가 늘어나면 향후 복지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사시 대비는 물론 사적 연금 역할까지 하는 보험을 해지하는 가계가 많아지면 향후 정부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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