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호날두도, 음바페도 꺾은 ‘축구계 유일신’ 메시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의,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월드컵이었다. 메시가 커리어 마지막 월드컵에서 완벽한 황제 대관식을 치르며 ‘축구계 유일신’으로 거듭났다.
메시가 이끈 아르헨티나는 19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전후반까지 120분 동안 3-3 무승부 혈투를 벌인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1986 멕시코 대회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는 36년 만에 월드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결승전에 앞서 메시의 햄스트링 부상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그는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훨훨 날았다.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메시는 연장 후반 3분, 멀티 골을 기록했다.
프랑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해트트릭을 작성한 킬리안 음바페(24·파리 생제르맹)를 앞세워 아르헨티나를 끝까지 추격했다. 메시는 승부차기에서도 가장 부담이 큰 첫째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골망을 가르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35세 나이에도 ‘신계(神界)’에 있는 메시가 자신의 바통을 이어받을 음바페를 꺾고 대업을 이뤘다는 의미가 컸다.
아르헨티나 선수단 중 가장 늦게 월드컵 시상대에 선 메시는 카타르 전통 왕 의상인 ‘비시트’를 입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가 메시에게 입힌 금색 라인이 들어간 검은 가운은 ‘대관식’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메시로 시작해 메시로 끝났다. 조별리그부터 빛난 메시는 호주와의 16강전을 포함, 토너먼트 4경기 모두 상대 골문을 열었다. 경기 최우수선수(POTM)만 5회 선정된 그는 이번 대회 7골 3도움을 올리며 득점 2위, 도움 1위를 차지했다. 골든볼(대회 최우수선수)은 당연히 메시의 품에 안겼다.
기록도 쏟아졌다. 메시는 1982년 골든볼이 제정된 이후 두 차례 수상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또한 메시는 자신의 26번째 월드컵 경기에 나서며 로타어 마테우스(독일)를 앞질러 역대 최다 출전 신기록을 달성했다. 월드컵에서 개인 통산 21개의 공격포인트(13골 8도움)를 작성한 그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66년 이후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골에 관여한 선수로도 등극했다.
본인의 힘으로 오랜 염원을 이뤘다는 게 가장 뜻깊다. 발롱도르 7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10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제패 4회 등 수많은 영광을 누린 메시의 유일한 약점은 월드컵 트로피가 없는 거였다. 메시는 앞서 네 차례 월드컵에서 거듭 쓴잔을 들었다. 특히 2014 브라질 대회에서는 우승을 목전에 두고 독일에 패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메시는 ‘라스트 댄스’를 공언한 대회에서 끝내 웃었다.
이번 카타르 대회 우승으로 ‘메호대전’(메시·호날두 중 누가 더 낫나)도 끝났다.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의 행보가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가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이후 단 한 차례도 골망을 가르지 못했다. 급기야 한국과 3차전 직후 선발 제외 여론이 높아졌고, 호날두는 토너먼트 두 경기를 모두 벤치에서 시작했다. 이에 가족, 여자친구까지 SNS(소셜미디어)에 한마디씩 거드는 등 잡음도 만들었다. 15년 이상 이어온 둘의 라이벌 구도는 카타르 월드컵을 기점으로 완벽한 메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GOAT(The 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선수)’ 논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실력은 단연 으뜸이지만, 월드컵 우승이 없는 메시에게 펠레(브라질)와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15년 이상 정점을 유지한 메시는 월드컵 탓에 ‘누가 가장 위대한 선수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늘 작아졌다.
이제는 다르다. 리버풀 전설이자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제이미 캐러거는 ‘GOAT’ 순위표를 공개했는데, 최상단에 메시의 이름을 올렸다. 마라도나와 펠레가 그 뒤에 있었다. 이 논쟁에는 여전히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메시가 이번 우승을 기점으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커리어 마지막 월드컵을 해피엔딩으로 마친 메시는 “신이 내게 그것을 주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내가 평생 원했던 트로피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며 “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은퇴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챔피언으로서 경기에 뛰는 경험을 이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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