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이성윤 공소장 유출' 수사…공수처 “접은 거 아니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된 이성윤 전 고검장의 공소장이 외부 유출된 경위를 밝히겠다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공수처는 해당 공소장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하고, 대검 서버를 2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의지를 보였지만 이후엔 감감무소식이다. 대검은 내부 감찰을 통해 공소장을 내려받은 인물들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수처는 감찰 결과조차 넘겨받지 않고 있다.
檢에 “감찰 자료 달라” 요청 못한 공수처
1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을 수사하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 김선규)는 지난 10월 부장이 교체된 이후 아직 대검에 공소장 유출 관련 내부 감찰 자료를 달라고 요청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출의 진원지인 검찰은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자체 감찰을 벌여 공소장을 열람하고 내려받은 인사들을 특정했지만, 공수처는 이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22명이 조회하고 2명의 검사가 이를 내려받았다고 한다.
사건은 지난해 5월12일 이성윤 전 고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안양지청 수사팀에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전 고검장이 공소장 내용을 받아보기도 전인 5월14일 오전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먼저 보도됐고 대검은 곧바로 유출 의혹 조사를 위한 내부 감찰에 들어갔다. 한 시민단체가 고발하자 공수처 역시 이 사건을 출범 후 4번째 사건(2021공제4호)으로 지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 압수수색도 했지만 논란 부딪힌 수사
공수처가 본격적으로 수사에 속도를 낸 건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말. 당시 공수처는 이 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을 염두에 두고 대검 정보통신과 서버 등을 2차례 압수수색했다. 당시 공수처 관계자에 따르면 공수처는 압수수색에 앞서 대검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내부 감찰 자료를 건네달라고 요청했으나 “감찰은 강제수사가 아니니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하라”는 취지의 답변만 받은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당시 수사과정에서 공소장 내용을 처음 보도한 기자의 휴대전화 착·발신 기록 등 통화내역을 비롯, 기자 가족의 통신자료(신상정보)까지 조회하며 논란이 일었고, 표적·보복수사 논란에도 부딪혔다.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은 ‘김학의 전 차관 황제소환’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위법을 저질렀다는 의혹(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을 조사했는데 이 때문에 공수처가 보복성 수사 개시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그러던 공수처의 수사 움직임은 12월 중순 급격히 둔화됐다. 대검이 내부감찰 내용 일부를 수원지검 수사팀에게 전달한 이후다. 대검 감찰부는 당시 공소장 유출자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한 검사 20여명 중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공수처로의 자료 제공은 영장 등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내용을 공수처 측에 전달했다.
3차례 압수수색 ‘준항고’에 영장신청 부담
그러자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는 대검 감찰 자료 요청과 관련, ‘영장이 필요하다’는 검찰의 방침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공수처는 이 사건을 비롯해 고발사주 의혹까지 총 3차례 압수수색이 위법이라는 취지의 준항고 신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원지검 수사팀 역시 “공소 제기 후 공소사실은 비밀성이 없기 때문에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올해 1월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주장했고 해당 사안은 현재 재판 중이다.
공수처는 수사를 접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아직은 아니지만 곧 감찰 자료에 대한 요청을 할 것”라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해 5월부터 수사중인 김학의 불법출금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사건을 공익신고한 장준희 부산지검 부부장검사를 비롯한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이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때문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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