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 이끈 백경란, 실내 마스크 해제 결정 앞두고 떠나…차기 청장에 남은 과제는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19일 공식 퇴임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질병청장이자 ‘과학방역’을 이끌 적임자로 꼽혔지만, 취임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로운 방역 사령탑에는 지영미 신임 청장이 임명됐다. 일각에선 당장 겨울철 재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수장이 교체돼 혼란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백 전 청장 “동절기 유행 대응 마무리 못 해 아쉬워”
이날 백 청장은 별도의 이임식 없이 각 부서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며 조촐한 작별인사를 마쳤다. 백 청장은 이임사에서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동절기 유행 대응이 마무리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지만, 코로나19 위기 극복 시까지 좀 더 힘을 내고 지속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질병청이 전문기관으로서 더욱 성장하고 방역 컨트롤타워로서 위상을 갖추기까지는 아직도 힘든 과정이 남아 있는데, 먼저 떠나게 돼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 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질병청 내에서도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백 청장의 한 측근은 “임명 초기에도 청장 역할을 길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주식 보유 논란으로 도를 넘은 질타를 받다 보니 정신적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백 청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신테카바이오 등 바이오 관련 주식을 보유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최근 대전ㆍ충남 등 지자체 요구로 급물살을 탄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논의 과정에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청장 교체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영미 신임 청장 “독립 청으로 역할 권한 확립할 것”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관련해선 일상회복으로의 의지를 다졌다. 그는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질병 대응과 일상회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코로나19를 통제 가능한 유행으로 관리해 국민의 일상회복에 한 발짝 다가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행 확산 세인데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목소리↑
익명을 요청한 한 방역 전문가는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질병청이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단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기 위함이라면 그것이야 바로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 청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ㆍ박사 학위를 땄다. 범부처감염병연구포럼 추진단장, 대한감염학회 회장, 국제교류재단 보건외교특별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여러 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직전까지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이끌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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