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팬들, 올스타 투표.. 학폭·폭력 선수 '철저 배제'

박진철 2022. 12. 1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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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석과 친분 선수'까지 타격.. '학폭' 박상하, 2시즌 연속 최하위

[박진철 기자]

 ?정지석(왼쪽)-박상하 선수
ⓒ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 올스타 팬 투표에서 팬들은 학폭, 데이트 폭력, 성희롱 등 논란이 있었던 선수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2022-2023시즌 V리그 올스타 팬 투표가 지난 12일부터 시작해 18일 자정 모두 종료됐다. 올 시즌 올스타 팬 투표 기간은 단 7일로 역대 올스타전 중 가장 최단 기간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19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2-2023시즌 올스타 팬 투표 결과에 따르면, 흥국생명 김연경(34)이 8만 2297표를 획득해 남녀 배구를 통틀어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남자부에선 한국전력 신영석(36)이 6만 9006표로 최다 득표를 얻었다.

이로써 김연경은 2번째 V리그 올스타 최다 득표 기록을 세웠다. 2년 전인 2020-2021시즌 V리그 올스타 투표에서도 김연경은 8만 2115표로 남녀 통틀어 최다 득표를 했다. 당시 투표 기간은 11일이었다. 이번에는 투표 기간이 크게 짧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득표를 한 것이다.

'최고 흥행 메이커' 김연경.. 2번째 최다 득표

이번 팬 투표로 올스타전 출전이 확정된 선수는 남녀 총 28명이다. 남자부 M-스타의 경우 공격수(아웃사이드 히터·아포짓) 부문에서 나경복(우리카드), 문성민(현대캐피탈), 전광인(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 부문은 신영석(한국전력), 최민호(현대캐피탈), 세터 부문은 한선수(대한항공), 리베로 부문은 이상욱(삼성화재)이 각각 확정됐다.

Z-스타에선 공격수 임동혁(대한항공), 허수봉(현대캐피탈), 김지한(우리카드), 미들블로커 김민재(대한항공), 이상현(우리카드), 세터 김명관(현대캐피탈), 리베로 박경민(현대캐피탈)이 팬들의 선택을 받았다.

여자부 M-스타는 공격수 김연경(흥국생명), 김희진(IBK기업은행), 박정아(한국도로공사), 미들블로커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세터 이고은(페퍼저축은행),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이 선발됐다.

Z-스타는 공격수 강소휘(GS칼텍스), 박은서(페퍼저축은행), 김세인(한국도로공사), 미들블로커 이다현(현대건설), 이주아(흥국생명), 세터 김다인(현대건설), 리베로 최효서(KGC인삼공사)가 확정됐다.

한편, 이번 올스타 팀 구성은 국내 선수, 외국인 선수 모두 선수의 나이를 기준으로 남녀부 각각 M-스타 팀(밀레니얼 M세대), Z-스타 팀(스마트 Z세대)으로 나누었다.

또한, 올스타전 최종 출전 선수는 팬 투표로 뽑힌 28명과 KOVO 전문위원 추천 선수 12명을 포함해서 총 40명의 스타 선수가 출전한다. 전문위원 추천 선수는 남녀 모두 M-스타, Z-스타별로 각각 3명씩 추가 선발한다.

올스타 팀 구성을 선수 나이를 기준으로 나눈 점, 전문위원 추천 선수가 많아 자칫 팬심을 왜곡할 수 있는 점 등은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적 물의' 선수들.. 팬들은 철저히 '응징 투표'

또한, 이번 올스타 팬 투표에서 매우 두드러진 특징이 한 가지 있었다. 과거 학폭, 데이트 폭력, 성희롱 논란이 있었던 선수들이 팬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는 점이다.

팬들은 그런 선수들을 투표 대상에서 제외하자며 여론을 모아 갔고, 경쟁 중인 선수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낙선 운동을 적극 전개했다. 이들은 특히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사태 트라우마로 인해 학폭, 폭력 사안에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여자배구 팬들에게 아예 '투표 배제 리스트'로 회자했다.

팬들의 집중 표적이 된 선수는 2021년 9월 여자친구에 대한 데이트 폭력, 재물 손괴 등의 혐의로 논란이 컸던 정지석(대한항공)이었다.

KOVO는 지난해 11월 상벌위원회를 열어 관련 사안에 대해 정지석에게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고, 소속팀인 대한항공 구단도 2021-2022시즌 V리그 1~2라운드까지 출전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했다. 그리고 3라운드 첫 경기부터 V리그에 복귀시켰다. 정지석이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게 복귀의 주 이유었다.

그러나 배구 팬들은 그러한 조치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번 올스타 투표에서 정지석은 물론, 정지석과 친분을 과시했던 선수들까지 철저히 배제시켰다.

정지석은 올 시즌도 대한항공의 주 공격수로 활약하며, 리그 1위를 이끌고 있다. 이전 같으면, 올 스타 투표에서 공격수 부문 1위로 뽑히고도 남을 활약이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 논란 이전에 실시됐던 2020-2021시즌 올스타 팬 투표에서 정지석은 V-스타 공격수 부문에서 최다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올스타 투표에선 남자부 M-스타 공격수 부문 16명의 후보 중 13위에 그쳤다. 득표 수도 사실상 최하위권이나 마찬가지였다.

'학폭' 논란 박상하.. 2년 연속 최하위 득표 '수모'

문제는 또 있다. 정지석과 친분이 깊다고 알려진 선수들까지 큰 타격을 받았다. Z-스타 공격수 부문에서 임성진(한국전력)은 임동혁(대한항공), 허수봉(현대캐피탈)과 함께 남자 배구계에서 주목하는 차세대 스타 3인방이다.

실제로 이번 올스타 투표 초반 3위에 오르며, 무난히 선발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SNS에 정지석을 향해 '갓지석'이라고 표현한 문구를 올렸다는 점이 팬들에게 회자되면서 급격히 흐름이 바뀌었다. 팬들은 3위 임성진을 투표에서 배제하고, 4위로 추격 중이던 김지한(우리카드)에게 표를 몰아주기 시작했다. 결국 임성진은 김지한에게 1만 2000여 표의 엄청난 격차로 뒤지면서 탈락하고 말았다.

사실 임성진은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정지석의 잘못된 행위를 찬양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지석을 향한 팬들의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란 점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2021년 '학폭 논란'에 휩싸였던 박상하(현대캐피탈)는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미들블로커 부문 최하위 득표를 하는 수모를 당했다. 박상하는 지난 시즌 올스타 투표 V-스타 미들블로커 부문에서 7명의 후보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번 올스타 투표에서도 M-스타 미들블로커 부문 9명의 후보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학폭 논란이 발생했을 때 폭력 사실을 자백하며 선수 은퇴를 선언했던 박상하는 집단 폭행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이를 근거로 은퇴를 번복하고 V리그에 복귀했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는 걸 2번이나 확인시켜 준 셈이다. 박상하는 불과 2년 전인 2020-2021시즌 올스타 팬 투표에서 미들블로커 부문 2위 득표를 할 정도로 인기 스타였다.

또한, 남자배구 세터 부문에서 초반 1위로 출발했던 선수도 올해 성희롱 논란이 있있던 점이 팬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하면서 큰 격차로 2위로 밀려났다.

팬심 거스른 선수 복귀.. 팬들 '철저 외면' 경종

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V리그 선수, 프로구단, KOVO 모두에게 적지 않은 경종이 될 수밖에 없다.

팀 성적을 위해서 실력 있는 선수라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안도 가볍게 처리하고 복귀시키는 프로구단들의 처신과 KOVO의 솜방망이 조치에 대해 팬들이 분명한 '응징 투표'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들에게도 프로 선수로서 책임감과 도덕성 유지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팬이 외면하는 프로 리그는 존재할 이유도, 존립할 수도 잆다. 특히 프로구단 운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국내 프로 리그는 홍보·광고 효과가 유일한 존재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효과는 오로지 팬들의 인기로부터 창출된다. 자신들의 목적에 유리할 때만 팬심을 인용하고, 불리할 때는 '어긋난 팬심'이라고 조롱하는 프로 스포츠는 필연적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팬을 잃고 방송사 중계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팬들이 거부감을 갖는 사회적 논란 거리를 가볍게 처리하는 고질병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런 병폐는 다른 프로 종목에서도 인기 하락의 주된 이유가 됐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그나마 팬들의 경고가 강력히 존재한다는 건,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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