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다양화 정책, 실패를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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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자사고 경쟁률이 5년 새 최고치 1.82대 1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청문회 때 '자사고 등 고교 다양화 정책이 서열화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여전히 '학교는 다양하면 좋으니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모두 존치하겠다'고 발언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초중등 학부모들은 2025년이면 자사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것이라는 정부 정책을 믿고 고교학점제에 따른 다양한 교육과정을 모든 고등학교에서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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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자사고 특목고, 일반고 전환에 대한 국민 여론(2019) |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은 모든 연령층의 국민들이 한결같이 지지하는 정책이다. 많은 교육정책이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고교서열화 해소는 분명히 국민 대다수의 바람이다. 초중등 학부모들은 2025년이면 자사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것이라는 정부 정책을 믿고 고교학점제에 따른 다양한 교육과정을 모든 고등학교에서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10년 전 교육부장관이 회귀하더니 아무런 여론 수렴도 없이 자사고 외고는 존치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학비는 일반고의 3배이며, 일부 자사고의 경우 9배에 달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으로 내몰리고, 일반고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빠져나가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또 하나의 문제는 특목 자사고 학생들의 정서·심리적 측면이다. 사교육걱정이 지난 7월 발표한 '대한민국 학생 경쟁교육 실태조사'에 의하면 학업 성적 불안과 우울, 진학 스트레스, 경쟁 고통은 영재·특목·자사고 학생들이 더 심각했다.
▲ 2022. 7월에 유기홍 국회의원실과 사교육걱정이 공동으로 조사 발표한 초중고생 경쟁교육 고통 실태 조사 중 일부 |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더 놀라운 점은 하루 평균 휴식 시간이 1시간 미만인 학생 비율이 12.3%로 일반고의 3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들은 학생들을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자해와 자살을 생각한 학생들이 무려 30.9%에 이른다. 이는 일반고 평균 수치 24.9%와도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인다. 극단적 선택에 구체적 방법을 찾아보고 계획까지 해 본 학생은 6%에 달한다.
▲ 2022년 7월에 유기홍 국회의원실과 사교육걱정이 공동으로 조사 발표한 초중고 학생들의 경쟁교육 고통 실태조사 결과 중 일부 |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상대평가 체제 아래 살인적인 경쟁교육은 입시에서 유리할지 모르나, 학생들을 극한으로 몰아붙여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학업은 입시를 위한 수단이자 고통이다. 무엇보다 이 학교들은 당초의 설립 목적처럼 다양한 교육을 구현하고 있지도 못하다. 입시에서 성과를 내는 피라미드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미 다른 대안이 있다. 2021년 2월에 발표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에 따르면 학생 개인의 교육 수요에 부응하는 다양하면서도 수평적인 교육과정을 구현할 수 있다. 더 이상 계급적 고교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교육부는 내년 2월 고교학점제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열화로 인한 반교육적 고교체제에 미련을 버리고 고교학점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보강해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교육 시스템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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