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에 뭔가 진술해야…두렵다" 김만배 '자해 시그널'에 野 술렁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비명(非明·비이재명)계 의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 이유를 놓고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19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김씨가 사건 직후 곧바로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병원을 간 게 특이점”이라며 “사실상 이재명 대표에게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적잖은 의원들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대장동 일당’의 맏형 격인 김씨는 조력자들이 체포된 직후인 14일 자해를 시도하고 아주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의 전화를 받은 변호인이 상처 입은 김씨를 본인 소유 벤츠 차량에서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게 김씨 측 전언이다. 김씨는 사건 수일 전부터 주변에 “검찰에 뭔가를 진술해야 할 거 같고 그게 두렵다”라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러자 당내에선 “극단적 선택에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 같은 김씨 진의(眞意)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오갔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만약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이 대표가 연루된 게 사실이라면, 이 대표로선 이번 사건이 마치 ‘둑’이 무너진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그간 당 안팎에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마지노선으로 거론돼 왔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나 남욱 변호사가 법정 안팎에서 ‘이 대표 연루설’을 주장해 올 때마다, 김씨 측이 “(이들) 증언의 많은 부분은 추측에 근거한 것”이라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실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진술이 대개 “김씨에게 들었다”는 전언(傳言) 형태였던 탓에, 김씨는 이 대표 연루 여부를 밝힐 ‘최후의 입’으로 간주돼왔다.
그런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안 잠잠했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민주당 내부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비명계에선 설훈 의원이 지난 16일 “이 대표가 결백하다면 당 대표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비주류 이상민 의원도 19일 “지금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게 이 대표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별로 지혜롭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국면마다 민주당 내부가 술렁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월과 11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차례로 체포됐을 때도 당내에선 “이 대표가 두 사람의 당직을 곧장 박탈하지 않은 건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비명계 재선 의원)이란 추측이 널리 퍼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실체적 진실은 이 대표 등 소수만이 제대로 아는 탓에, 당내엔 이런저런 의혹만 파다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편파 수사를 강하게 비판해 온 친명계는 김씨 사건 역시 “무리한 표적 수사의 증거”로 보고 있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건 , 검찰이 그만큼 수사를 잔인하게 벌여왔단 얘기”라며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결집해야만 이 파고를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15일 논평을 통해 “검찰이 야당 대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거짓 진술을 강요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고형곤 4차장, 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 등 수사 책임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검찰은 엉터리 영장에 이어 엉터리 공소장으로 조작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의 공소장엔 정 전 실장의 과거 이력으로 ‘이재명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 기재됐는데, 이 같은 내용이 ‘허위 정보’라는 게 비판의 이유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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