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심 100%’ 전대 룰 사실상 확정…안철수 “골목대장 뽑냐”

윤성민 2022. 12.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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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이 당대표를 뽑을 때 일반 국민 여론은 배제하고 당원 투표만 반영하는 내용의 전당대회 규칙을 사실상 확정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당헌 개정안과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 개정안을 비대위가 만장일치로 의결해 상임전국위에 회부하기로 했다”며 “개정안의 핵심은 100% 당원 선거인단 투표로 (당대표 등을) 선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30%씩 반영한다.

비대위는 역선택 방지를 위한 조항도 당규 개정안에 넣기로 했다. 전국 단위 선거의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할 경우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정당이 없는 응답자만 대상으로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대선 경선 때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윤석열 대통령을 최종 후보로 선출했지만, 앞으론 당 지지자와 무당층만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만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 당대표 선거에서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하는 결선 투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비대위 결정의 핵심은 당 지도부나 전국 단위 선거 후보를 뽑을 때 당원 또는 당 지지자 외 목소리는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런 결정에 대해 “비대위는 정당 민주주의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당심(黨心) 100% 반영’ 전당대회 규칙과 관련해선 “정당은 이념과 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이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집합체”라며 “이념과 철학, 목표가 같은 당원이 대표를 뽑는 건 당연하다. 대표는 당원이 뽑고, 당원이 당의 의사결정 중심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는 데 대해선 “여론조사는 조사자의 질문에 단순 대답하는 소극적이고 일시적 행위”라며 “여론조사는 투표를 대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상대 합동강의실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속전속결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0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하고, 규정상 최단기간인 사흘간의 공고일을 거쳐 오는 23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개정 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보통 비대위 결정이 그대로 전국위에서도 의결된다”고 설명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내년 3월 초 전당대회 개최를 가정하고 후보 등록부터 경선 과정을 50일로 잡으면, 1월 초에는 모두 준비를 마쳐야 한다”며 “그래서 이번 주에 불가피하게 (개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安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 뽑냐”


‘당원 투표 100%’ 개정은 친윤계를 밀어주고, 유승민 전 의원 등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했을 땐 유 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처럼 대중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높게 나오지만, 지지층 여론조사에선 친윤계 후보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당원 투표를 100% 반영했다면 이준석 전 대표는 당선될 수 없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나경원 후보에 당원 투표에선 뒤졌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며 최종 선출됐다. 당시 여론조사 반영률은 30%였다.

전당대회 규칙 개정에 반대했던 후보군은 바로 반발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규칙 변경을 지적하는 내용의 ‘與(여당), 골대 옮겨 골 넣으면 정정당당한가’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오후엔 라디오에서 “유승민 한 사람을 잡으려고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이렇게 심하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권력의 폭주”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속된 표현으로 당 대표를 뽑는 게 골목 대장이나 친목회장을 뽑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원과 국민의 의견 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만 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에서 “개정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도 “수도권에서 역풍이 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5일 경남도의회를 찾아 당권 출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당심 100%’ 규칙이 친윤에게 전적으로 유리할 지는 미지수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될 당시 28만명이던 책임당원은 현재 79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20~40대 비중은 33%에 달한다. 젊은 층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인기가 높지 않은 만큼 이들에겐 ‘윤심’의 영향이 적다. 당원 구성이 바뀐 만큼 ‘윤심=당심’이라는 공식도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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