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밑천이 드러난다…내년 0%대 성장, ‘버팀목’ 반도체는 -15%

박해리 2022. 12. 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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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23년 수출 전망 조사(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 150개사 응답)에 따르면 기업들은 평균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0.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올해 1300억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전 세계에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른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에만 194척, 236억 달러어치를 수주해 목표 수주량을 135.3%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수주량이 목표 대비해 각각 117%, 107%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 전망은 모두 ‘잿빛’이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수출이 내년에는 증가율 0.5%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전경련이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12대 수출 주력 업종,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컴퓨터, 이동통신기기 등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이 –1.9%로 가장 낮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그동안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반도체 부문은 수출이 15%가량 급락할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수요의 급감과 PC 시장의 역성장, 스마트폰 판매 하락 등 악재가 널려 있다.

조선업은 최근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연이어 ‘수주 대박’을 터뜨리고 있지만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내년 선박 부문의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1.7%에 그쳤다. 수주가 수출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수주를 하면 배를 인도하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마지막 인도할 때 회계상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 업계에서 저가 수주가 상당했다”며 “후판가격 인상과 고환율,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본격적 수익성 실현에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석유화학 -0.5%, 철강 0.2%, 자동차 0.9%, 일반기계·선박 1.7%, 바이오·헬스 3.5%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 10곳 중 네 곳(39.3%)은 내년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이유로는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45.7%) ▶주요 수출국의 경기 부진(33.9%) 등을 꼽았다.

무역협회도 내년 수출이 6624억 달러로 올해(6900억 달러)보다 4%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미·중 간 패권 갈등과 최근 2년간 누적된 대외 여건 악화로 글로벌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무협 관계자는 “주력 품목 중에는 석유류와 철강, 석유화학 순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코로나19 기간 중 크게 늘어났던 수출이 내년부터는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원자재 수입 관련한 세제 지원 확대와 수출 물류 차질 방지 등 국내 기업의 수출 실적 개선을 위한 환경 조성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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