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아리팍'도 유찰 굴욕…아파트 경매까지 얼어붙었다

김원 2022. 12. 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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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 나온 서울 아파트 10가구중 8가구가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 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경매시장에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극심한 아파트 거래절벽 현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거래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매물이 경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내년에는 이런 경매 매물이 더 늘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빚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전셋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갭투자자(거주 목적이 아닌 전·월세를 끼고 매매)’의 아파트가 대거 경매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1월 전국 아파트 경매 건수는 1904건으로 집계됐다. 10월(1472건)보다 29.3% 늘었다. 올해 최저치인 지난 2월(1206건)과 비교하면 57.9% 증가했다. 월간 기준으로 2021년 3월(2029건) 이후 1년 8개월 만에 매물이 가장 많다. 특히 지난달 서울은 162건, 경기는 321건, 인천은 131건의 아파트 경매를 진행했다. 역시 올해 초보다 2~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유찰되는 물건이 늘면서 경매 매물이 쌓이고 신규 경매 물건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렇듯 경매 매물은 늘고 있지만, 수요는 얼어붙었다. 우선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162건 중 23건만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이 14.2%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21년 만에 역대 최저치다.

또 지난 6월 110.0%까지 올랐던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 83.6%로 급감했다. 경매 낙찰가율은 일반적으로 주택 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린다. 낙찰가는 시장의 매도 호가나 실거래가의 최저가를 바탕으로 써내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낙찰가율이 하락했다는 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강남 인기 아파트 경매 매물마저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2016년 준공 이후 경매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지난 13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8㎡(14층)가 감정가 42억원에 입찰이 진행됐으나 유찰됐다. 해당 면적의 최고가는 지난 4월 44억원이며, 최근 호가는 39억~43억5000만원 수준이다. 이 매물은 다음 달 31일 33억6000만원에 재응찰에 들어간다.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전용 84.43㎡) 매물도 2017년 이후 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경매에서 2번 연속 유찰되면서 내년 2월 2일 세 번째 입찰이 진행된다. 당초 27억9000만원이던 최저입찰가는 17억8560만원까지 떨어졌다. 가장 최근 거래된 해당 면적형 가격은 지난달 21일의 21억5000만원이다.

아파트 경매 매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서울지역 세입자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월세 계약 만료 시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등기 우선순위에 따라 매각대금으로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54건 대비 25.9% 증가했다. 12월 신청 건수를 집계하지 않았는데도 연간 최다 기록이었던 2012년의 3592건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1월 202건이었던 신청 건수가 11월 580건을 나타내는 등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아직은 원리금 미상환으로 근저당권자인 금융기관이 신청하는 아파트 임의경매 매물이 크게 늘진 않고 있다"면서 "다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신규 경매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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