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메시가 했지만... '축구 황제' 예약한 음바페

윤현 2022. 12.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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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 나이에 월드컵 통산 12골... 득점왕 등극

[윤현 기자]

 골든부트 들고도 웃지 못한 음바페
ⓒ AFP/연합뉴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24)가 월드컵 득점왕에 오르고도 웃지 못했다.

음바페는 19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고도 프랑스가 승부차기 끝에 패하면서 리오넬 메시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역대 월드컵 결승전에서 한 선수가 3골을 넣은 것은 1966년 잉글랜드 제프 허스트 이후 음바페가 두 번째다.

이날 결승전의 3골을 더해 이번 월드컵에서 총 8골을 터뜨린 음바페 결승 상대이자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에서 함께 뛰는 동료인 메시(7골)를 제치고 득점왕(골든부트)에 올랐다. 우승을 놓친 실망감에 음바페는 골든부트를 들고도 차가운 표정을 지었으나, 그가 차기 '축구 황제' 자리를 예약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저물어가는 '메날두' 시대... 이제는 음바페 

카메룬 출신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음바페는 축구 코치로 활약하는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레 축구를 시작했다.

음바페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를 지도했던 유소년 코치는 2018년 1월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음바페를 처음 본 것은 6세 때였는데, 첫눈에 그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며 "그의 드리블은 환상적이었고,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빨라서 내가 15년 동안 축구를 가르치며 보았던 선수 가운데 최고였다"라고 회고했다.

2015년 프랑스 AS 모나코에서 프로 무대에 진출한 음바페는 2015년 12월 2일에 16세 347일의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 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전설적인 공격수 티에리 앙리가 가지고 있던 모나코 최연소 1군 데뷔 기록을 깨뜨렸다.

AS모나코에서 승승장구하며 유럽 명문 구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음바페는 18세가 된 2017년 1억8천만 유로(약 240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프랑스 최고의 팀 파리 생제르맹에 입단, 세계에서 가장 비싼 10대 선수가 됐다. 

음바페는 당연히 프랑스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고, 19세의 나이로 처음 출전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곧바로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었다. 월드컵 결승에서 1골을 포함해 총 4골을 터뜨리며 영플레이어상까지 거머쥐었다.

4년 뒤 열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음바페는 더욱 진화한 활약을 보여줬다. 타고난 운동 신경에다가 어린 나이와 달리 노련하게 프랑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비록 결승 무대에서 아르헨티나에 우승을 내줬으나, 저물어가는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시대를 뛰어넘을 새로운 축구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기부 천사' 음바페의 남다른 신념

파리 생제르맹에서는 다소 독단적인 플레이로 지적받을 때도 있지만, 음바페는 뛰어난 실력만큼 미담도 많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고 받은 50만 달러(약 6억4천만 원)가 넘는 보너스를 장애 아동을 위한 스포츠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했다. 당시 음바페는 "나는 이미 충분한 돈을 벌고 있으며, 내 조국을 위해 월드컵에서 뛰었기에 그 돈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라며 "(그 돈을 가져도) 내 삶은 바뀌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삶은 바뀔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팀에 가기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영국 해협을 넘어가던 축구 선수 에밀리아노 살라(아르헨티나)가 실종되자 수색 작업에 3만 유로(약 4천만 원)가 넘는 돈을 기부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는 폴란드와의 16강에서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미국 주류 회사 버드와이저가 수여하는 최우수선수(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되었으나, 트로피 밑에 새겨진 '버드와이저' 글자를 숨기고 포즈를 취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축구 스타로서 어린이들의 롤모델이 되었기에 주류, 스포츠 베팅, 정크 푸드 광고는 하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었다(관련 기사: '술 광고 안 한다' 음바페, 트로피 반대로 든 까닭).

4년 뒤가 더 무섭다... "시간은 음바페의 편"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은 날아갔지만 음바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고, 앞으로 더 많은 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하다. 그는 두 대회 만에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7골)를 제치고 월드컵 역사상 23세 이하 선수 중 최다 득점 1위에 등극했다.

또한 통산 12골을 터뜨리며 프랑스 선수 월드컵 최다 득점자인 쥐스트 퐁텐(13골)을 단 한 골 차로 추격했다. 음바페가 다음 월드컵에서 4골 이상을 터뜨리면 독일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16골)를 넘어 월드컵 역대 최다골 선수로 등극할 수도 있다.

축구계의 전설들은 한목소리로 음바페를 추켜세우고 있다. 펠레는 이날 결승이 끝난 뒤 준우승에 그쳐 실망한 음바페를 향해 "축구의 미래를 지켜본 것만으로도 엄청난 선물"이라고 격려했다.

브라질의 또 다른 전설 호나우두도 "음바페가 뛰는 것을 보면 내가 축구를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라며 "그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이를 통해 모든 유형의 득점과 도움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음바페는 이번 월드컵에서 자신의 경기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면서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 메시, 호날두와 같은 반열에 오를 자격을 얻었다"라며 "이제 시간은 그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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