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성공 이끈 머스크 방식, 트위터엔 왜 안통할까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내가 트위터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할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직접 트위터에 이러한 질문을 올렸다. 트위터에 몰두하는 사이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며 '세계 1위 부호' 왕좌에서 밀리고, 언론인 계정 차단에 전 세계적인 비판에 직면한 뒤 올린 트윗이었다. 트위터 인수 직후 두 달 가까이 과감한 행보를 이어간 그가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으로 해석된다.
머스크 CEO가 대표직 사임까지 언급한 이유는 지난 10월 인수한 지 두 달 가까이 된 트위터의 상황이 아직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날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서는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를 내놨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리네트 로페즈 기자는 머스크 CEO가 테슬라부터 스페이스X까지 회사를 구축하는 데 수년간 사용한 일명 '플레이북'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모델이 트위터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페즈 기자가 분석한 머스크 CEO의 플레이북의 조건은 ▲경쟁이 심하지 않은 분야 진입 ▲글로벌 문제 또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 설정 ▲정부 지원금 확보 ▲직원의 과잉 노동 등이다. 이 방식을 현재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에 대부분 적용했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보여왔다고 그는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전기차와 민간 우주 탐사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경쟁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되면서 이들 업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시간을 확보했고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기술 개발을 할 여유를 확보한다. 머스크 CEO가 근로자 없이 로봇으로만 자동차 공장을 만들려 했다가 실패한 것이 대표 사례로 언급된다. 결국 머스크 CEO는 근로자가 포함된 생산 공정을 받아들였다.
여기에 글로벌 문제나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이를 활용해 연방 정부나 주(州)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다. 명확한 실적을 내놓기 보다는 정부의 니즈를 파악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구하는 것 자체에 자금 지원을 받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테슬라는 수년간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 정부나 네바다·뉴욕주 등에서 지원금과 보조금을 받았다. 스페이스X도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하면서 우주 탐사 분야에서 지원받고 있다. 머스크 CEO의 또 다른 회사 보링컴퍼니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정부 보조금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 트위터, SNS 시장 - 회사 상황 달라트위터는 이러한 조건과는 정반대되는 회사라고 로페즈 기자는 평가했다. SNS 시장은 규모가 크고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이 몰려 있어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여기서 트위터는 영향력은 있지만, 규모는 작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기술주가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실패를 감내할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동시에 SNS 플랫폼이 테슬라, 스페이스X와 같이 정부와 계약을 맺고 지원을 받기보다는 제재를 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 추진 발표 이후 꾸준히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다고 강조해왔으나, 자신의 개인 전용기를 추적하는 계정을 사용 중단한 데 이어 언론인 계정까지 차단하자 곧바로 규제 당국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목표를 세웠으나 이에 배치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혼란을 겪었고 정부의 압박까지 직면한 셈이다.
아울러 머스크 CEO는 인수 초기 직원들에게 과로를 요구했다가 대량 사직이 이어지는 사태를 맞닥뜨리기도 했다. 로페즈 기자는 머스크 CEO가 기후 위기나 교통 체증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측면을 강조하며 직원들이 일하도록 만들어 왔으나 트위터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인수 이후 머스크 CEO는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고 남아있는 직원들에 고강도·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겠냐는 이메일을 보냈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기술자들이 예상외로 많아 이들을 붙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는 이 설문조사 결과를 따를 것입니다." 머스크 CEO가 대표직 사임을 걸고 일종의 내기에 나섰다. 그가 실제 이 설문조사 결과를 따를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투표 종료 다섯 시간을 앞둔 시점에 '예(Yes)'라는 답변율이 56%라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현시점에 후임자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힌 상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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