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진정한 승자 따로 있다…메시에 검은옷 입혀준 '이 남자'

김서원 2022. 12. 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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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지난 2019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차량을 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축구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우승컵의 주인공이 되었으나, 진정한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로 카타르의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42) 국왕이다. 왜일까.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월드컵 결승전 두 팀의 에이스이자 간판 스타인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는 모두 프랑스 명문 축구클럽 파리 생제르맹 FC(PSG) 소속 선수들이다. 흥미진진한 집안싸움에 PSG가 구단 홍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구단주인 카타르 타밈 국왕이 월드컵 실속을 챙겼다는 분석이다.

앞서 타밈 국왕은 지난 2011년 PSG를 5000만 유로(약 69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카타르투자청 자회사인 카타르스포츠인베스트먼트가 지분 100%를 소유 중이다. 아프리카·아랍 국가 최초로 월드컵 준결승전에 진출하며 이번 대회 대이변의 주인공이 된 모로코의 아슈라프 하키미도 PSG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카타르 출신인 나세르 알켈라이피 PSG 회장은 르몽드에 "이같은 월드컵 토너먼트를 만들어낸 PSG 소속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카타르 도하 거리에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얼굴 그림이 걸려있다. 왼쪽부터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아슈라프 하키미(모로코), 카를로스 솔레르(스페인),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AP=연합뉴스


카타르 '오일머니'를 앞세워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구단으로 올라선 PSG는 공격적인 스카우트로 유명하다. 지난 2017년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에 있던 네이마르(브라질)를 영입했는데, 이적료는 2억2200만 유로(약 3065억원)으로 당시 역대 가장 몸값 높은 축구선수로 올랐다. 지난해엔 '축구의 신' 메시를 영입했고, 이번 여름엔 음바페와 계약을 3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PSG는 지난 11년 동안 이들을 비롯해 세계 최고 선수 영입에 12억6600만 유로(약 1조 7484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뿐 아니라 최첨단 구장 인프라 구축 등에도 대규모 스포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카타르대학의 마후드 아마라 스포츠 경영·사회과학 교수는 "이번 월드컵 결승전에서 지난 10여년간 국제 축구에 투자해온 카타르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분석했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2200억 달러(약 286조원)을 쏟아부었다. 역대 월드컵 사상 최고 비용이다. 행사 이후 운영·유지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외국 선수를 귀화시키고 개막 6개월 전부터 합숙 훈련을 하는 등 단단히 준비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개최국 전패 굴욕을 안는 등 타밈 국왕이 바랐던 축포는 터지지 않았다.

19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리오넬 메시 선수(가운데)가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왼쪽)으로부터 검은색 비슈트를 받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오른쪽)이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를 PSG 소속 선수들의 약진으로 자존심을 만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밈 국왕은 우승컵 시상식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옆에 자리해 아르헨티나 주장 메시에게 아랍권 전통 의상인 검은색 '비슈트(BISHT)'를 선물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알켈라이피 PSG 회장은 "카타르는 작은 나라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꿈은 무한하다"고 전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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