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민의 43점, 토종 스타들의 빛나는 쇼타임 역사

이준목 2022. 12. 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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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DB, 대구 가스공사전서 111-80 대승

[이준목 기자]

NBA(미 프로농구)의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네츠),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루카 돈치치(댈러스)같은 스타들은 혼자 힘으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 혹은 '고 투 가이'로 불린다. 대표적인 다득점 스포츠인 농구에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득점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에이스들의 폭발력은, 승부처의 필승 공식이자 농구에서 가장 큰 볼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대부분 1, 2 옵션을 차지하는 KBL에서 국내 선수들이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계가 있었다.

프로농구 원주 DB 두경민이 마치 커리나 르브론이 강림한 듯 토종 해결사의 매운 맛을 보여주며 '인생경기'를 펼쳤다. 18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DB는 43점 8어시스트를 몰아친 두경민의 활약을 앞세워 111-80으로 대승을 거뒀다.

두경민이 올린 43점과 9개의 3점슛은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올시즌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3점슛 기록이었다. 두경민은 이날 17회의 야투를 시도하여 12개, 3점슛은 13회를 시도해 9개를 적중시켰고, 자유투는 무려 10개를 얻어내 모두 성공시킬만큼 그야말로 '쏘면 들어가는' 고감도 슛감을 과시했다. 자신의 종전 기록이던 2018년 1월 16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작성한 32득점의 커리어하이 기록을 무려 11점이나 경신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경민이 이 기록을 수립하는데 겨우 24분 33초밖에 걸리지않았다는 것이다. 1997년 KBL이 출범한 이래 국내-외인을 통틀어 개인 40득점 이상 경기는 총 326회가 나왔는데, 이중 30분 미만을 출장하여 40점을 넘긴 사례는 두경민이 사상 최초다. 두경민은 DB의 주전 5인방중 이날 출장시간이 4번째에 불과했다.

두경민은 1쿼터에만 15점을 몰아쳤고 전반이 끝날때까지 27점을 기록하며 2005년 1월 9일 양희승(안양 SBS)의 29점에 이어 국내 선수 역대 2위 기록을 세웠다.DB는 두경민을 앞세워 전반을 66-44로 앞서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물오른 두경민은 3쿼터에도 10점을 더 추가했고 4쿼터에는 초반 상대 파울로 얻은 자유투 3개를 모두 성공해 40득점을 채운 후 3점포를 추가하며 대미를 장식하고 코트를 물러났다. DB는 4쿼터 중반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자 5분여를 남기고 두경민, 김종규 등 주축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여유를 보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상범 DB 감독은 "두경민은 오늘 퍼펙트했다. 수비가 떨어지면 던지고 붙으면 골밑에 넣어주는 정석적인 두 가지 플레이를 모두 가볍게 해냈다"고 극찬했다. 두경민의 슛감과 어시스트가 폭발하면서 DB는 김종규(15득점 7어시스트)와 레나드 프리먼(14득점 8리바운드)도 함께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었다.

KBL 역사상 한 경기 최다득점 1.2위는 2004년 3월 7일, 우지원(모비스)의 70득점(3점슛 21개)과 문경은(전자랜드)의 66득점(3점슛 22개)이 있었다. 하지만 이 기록들은 당시 선수들 간의 개인 3점슛 타이틀 경쟁이 과열되며 '밀어주기'와 '봐주기'가 많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KBL도 기록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이후로 개인 시상을 폐지했다.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기록을 제외한 사실상의 KBL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은, 외국인 선수인 에릭 이버츠(여수 코리아텐더)가 2002년 3월 10일 대구 오리온스전에서 기록한 58점이었다. 외국인 선수들은 50점대 득점을 기록한 선수들이 종종 나왔지만, 국내 선수로 국한하면 50점 이상을 득점한 한국 선수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전무하다. 김영만(부산 기아. 1997년 3월 29일 원주 나래전) 김선형(서울 SK, 2019년 1월 5일 부산 KT전, 연장전 포함)를 상대로 작성한 49점이 국내선수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 기록이다.

이밖에 조성원(48점·LG), 정인교(46점·나래), 김상식(46점·나산), 현주엽(45점·SK), 서장훈(44점·삼성), 문태영(43점·LG) 등이 한 경기 40점대를 넘긴 적이 있는 국내 선수들이다. 두경민의 43점은 역대 KBL 국내선수 통산 한 경기 최다 득점 공동 10위에 해당한다.여기서 김선형과 두경민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프로 초창기인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활약한 KBL 1세대 선수들이라는 게 눈에 띈다.

이처럼 프로 초창기에는 국내 선수들이 한 경기 30점-40점 이상을 올리거나 시즌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하며 다득점을 올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왔다. 하지만 현대농구에서 수비전술의 발전과 외국인 선수 의존도 심화 등으로 팀간 득점력은 크게 감소했다. 국내 선수는 물론이고 외국인 선수라도 대량득점을 올리는게 쉽지않은 구조가 된지 오래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에이스들이 승부처를 지배하던 쇼타임 농구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많다.

두경민이 이날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면 KBL 역사상 국내 선수 최초의 50점대 득점이라는 역사를 쓸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짧았던 출장시간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두경민의 맹활약은 오랜만에 국내 선수도 경기를 지배하는 폭발력을 선보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고한 코비 브라이언트는 2006년 토론토와의 리그 경기에서 81득점을 기록하자 언론으로부터 경의가 담긴 '미스터 81'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한 자신의 마지막 은퇴경기였던 2016년 유타 재즈전에서는 역대 은퇴 선수 최다득점인 무려 60점을 기록하면서 지금까지도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국내 선수들도 이처럼 '주인공'이 될수 있는 경기가 앞으로 더 많이 나와야한다. 그래야 침체된 KBL에서 팬들의 관심과 애정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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