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특허' 5년 송사 끝낸 김진수…그가 창업한 이유

최준호 2022. 12. 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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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 인터뷰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낙성대R&D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달 30일 한 세계적 과학자의 긴 송사가 끝을 맺었다. 유전자가위 석학, 김진수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겸 서울대 교수. 2018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가 그를 ‘동아시아 스타과학자 1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김 전 단장과 검찰 양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형의 선고를 유예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2017년 IBS 내부 감사가 지적한 ‘연구비 횡령’에서 시작해 ‘수천억 가치의 크리스퍼 원천특허를 빼돌렸다’는 등의 내용이 더해지면서 사기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피고 신분이 됐다. IBS 내부 감사는 물론, 경찰ㆍ검찰까지 수시로 불려가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과학계의 탄원서가 이어졌다. ‘피고인의 연구 능력과 학문적 기여 가능성 등을 참작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2월 내려진 1심 판결은 무죄였지만, 올해 2월 내려진 2심 판결에선 유무죄가 갈렸다. ‘특허를 빼돌렸다’는 혐의는 무죄였지만, 연구비 외상거래 등에 대해선 유죄로 결론났다. 판사는 선고하면서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도 미래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유전체 교정 기술 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연구비 외상거래의 경우도 김 전 단장이 사적인 용도로 유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속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의욕이 지나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6개월 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 사이 유전자가위는 노벨상에 올랐다. 김 전 단장과 연구 경쟁을 해온 독일과 미국의 과학자가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1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래 낙성대쪽에서 김 전 단장을 만났다. 그는 유전자가위 기업 툴젠의 창업자이면서 여전히 대주주이지만, IBS 단장 사임 후 툴젠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스타트업 창업자 겸 최고기술경영자(CTO)로 변신해 있었다.

Q : 상고가 기각되고, 선고유예인 2심 판결이 확정됐다.
A : 오랫동안 수사받고 재판받는 과정에서 심신이 많이 지쳤다. 완전 무죄가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라도 마무리된 게 홀가분하다.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고, 2심에서는 일부 유죄에 선고유예를 받았다.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수천억 가치의 특허를 빼돌렸다’는 것에 대해선 1,2,3심 모두 동일하게 무죄가 내려졌다. 하지만 서울대에서 IBS로 옮기는 와중에 일어난 연구비 외상거래를 IBS 연구비로 갚은 것에 대해선 1심에서 무죄, 2,3심에선 유죄가 됐다. 또 하나 IBS에서 발생한 특허에 대해 발명신고를 안 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최종 유죄로 결론났다. 그 특허는 내가 발명자가 아니다. 툴젠 소속 연구자들이 발명자다. 1심에선 그게 인정됐는데, 아쉽다.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낙성대R&D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Q : 수사와 재판이 5년째 이어졌다. 그간 연구는 어떻게 됐나.
A : 아무래도 수사받고 재판받으면서 논문을 읽고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 1년 동안은 논문을 한 편도 못 읽었다. 하지만 1심 판결 이후엔 계속 과거처럼 연구를 해왔다. 올해는 연구자로서 내 인생에서 최고의 한 해였다. 국제학술지 셀과 네이처바이오텍ㆍ네이처커뮤니케이션 등에 여러 편의 논문이 실렸다.

Q : 툴젠의 창업자이자 대주주인데 왜 툴젠으로 돌아가지 않나.
A : 지금 툴젠에 가더라도 도움이 될 게 없다. 기초과학 연구와 그 성과를 가지고 신약을 개발한 것은 다른 영역이다. 창업한지 20년이 넘은 코스닥 상장사인 툴젠은 지금 신약을 개발하는 단계다. 나는 지금껏 그런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툴젠에 돌아가면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지휘하는 꼴이 되는데, 그건 주주인 저한테도 손해다. 바깥에서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일 정도가 최선이다.

Q : 대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A : 그린진과 엣진이 그거다. 그린진은 툴젠이 보유한 특허인 크리스퍼가 아닌 새로운 염기교정효소로 식물세포소기관의 유전자를 교정한다. 광합성 효율을 높여 농작물의 생산성을 올리고, 이산화탄소 포집도 더 많이 하면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식물은 엽록체 안에 DNA가 있는 데 이건 크리스퍼로 교정할 수 없다. 하지만 1세대로 불리는 징크핑거와 2세대 탈렌을 변형한 염기교정효소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사실 유전자가위에서 세대 구분 개념은 잘못됐다. 각각의 장점이 있다. 엣진 역시 크리스퍼로 할 수 없는 미토콘드리아 내 유전자를 교정해서 관련 유전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제 시작이다.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낙성대R&D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Q : 왜 스타트업 창업이란 길을 택했나
A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다. 과학자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이 신기술을 연구개발을 하고 그 신기술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것인데, 국내 대학은 지금 선고유예기간이라 갈수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다. 출연연같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대신 스타트업을 하면서 외국 대학 교수 활동도 시작한다. 연구라면, 대학 아닌 여기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Q : 외국대학은 어디를 말하나.
A : 싱가포르국립대 의대다. 여기는 경찰수사가 시작되던 2017년부터는 교수로 올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사실 수사가 잘 마무리되면 바로 갈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기소가 되면서 아예 못 가겠다고 답을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싱가포르에선 계속 연락이 왔다. 이제 대법원 판결까지 났지만, 한국에서 벌인 일도 있고 당분간은 못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방문교수라도 연을 맺어놓자’고 제안을 해서 1년에 4주 정도 싱가포르에 가서 세미나에 참석하고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다. 강의는 안 한다.

Q : 유전자가위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없나.
A : 지금 유전자가위 그중에서도 크리스퍼로 기술력에 기반한 미국 회사들이 나스닥에 상장돼 실적이 좋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창업한 회사다. 임상 3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빈혈증 치료제는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년에는 신약 승인인 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신약이 되는 거다. 이제 인간의 유전자를 고쳐서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리는 거다.

Q : 한국도 툴젠이 있지 않나
A : 아직 임상 1상에도 못 갔다. 미국 회사들에 비해서 투자받은 자금이 100분의1이라 보면 된다. 게다가 저와 함께 툴젠 임원이 재판을 받으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저는 일부 유죄에 선고유예지만, 툴젠은 1,2,3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와중에 코스닥 상장에도 수차례 떨어져야 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에 엄격한 국내 규제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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