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제구 난조 9억팔 장재영, 호주에서 싹트는 '선발' 꿈

배중현 2022. 12. 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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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 질롱 코리아에서 뛰는 장재영
선발 투수로 두각, 탈삼진 공동 1위
KBO 역대 신인 계약금 2위
강속구 유망주지만 제구 난조 심각
2023년 불펜 아닌 선발 유력
2021년 1차 지명으로 큰 기대 속에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장재영. 하지만 두 시즌 연속 제구 난조에 발목이 잡혀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지난 6월 2군에 내려간 뒤 선발 수업을 받았고 ABL 질롱 코리아에서도 선발 투수로 꾸준히 뛰고 있다. 2023년 키움에서의 보직도 선발로 굳어졌다. IS 포토

파이어볼러 유망주 장재영(20·키움 히어로즈)의 보직은 '선발'이다.

장재영은 현재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질롱 코리아에서 선발 투수로 뛰고 있다. 질롱 코리아는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을 연고로 하는 KBO리그 연합팀으로 2018년 10월 창단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구단마다 저년차 선수를 파견, 경험을 쌓게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올 시즌에는 김민석(롯데 자이언츠) 최지민(KIA 타이거즈) 박주홍(키움) 등 각 구단을 대표하는 유망주들이 ABL로 향했다.

현재 질롱 코리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장재영이다. 장재영은 6경기에 선발 등판, 1승 2패 평균자책점 3.30(30이닝 11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03, 37개의 삼진을 잡아내 맥스 라자르(브리즈번 밴디츠)와 함께 부문 공동 1위다. 18일(한국시간) 열린 멜버른 에이시스전에선 8이닝 10탈삼진 2실점 쾌투로 ABL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우려했던 볼넷이 단 하나도 없었다.

장재영은 덕수고 3학년 때 비공식으로 시속 157㎞ 강속구를 스피드건에 찍은 바 있다. 청소년대표로 활약하며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키움은 그를 2021년 1차 지명으로 찍었고 KBO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계약금 9억원을 안겼다.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프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장재영은 극심한 제구 난조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19경기(선발 2경기) 평균자책점이 9.17, 9이닝당 볼넷은 무려 12.23개였다. 이닝당 투구 수가 23.2개로 비효율적이었다.

지난 3월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투구하는 장재영. IS 포토

올 시즌을 앞두고 장재영의 보직은 불펜으로 고정됐다. 병역 이행으로 자리를 비운 마무리 투수 조상우와 왼손 불펜 김성민의 공백을 채우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 앞서 "필승조가 조금 헐거워진 상태"라며 “(선수를 위해서도) 중간부터 시작하는 게 장재영에게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중간(불펜)에서 적응하고 (결과가 좋으면) 한 단계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구상을 전했다.

하지만 장재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불펜으로 나선 14경기 평균자책점이 7.71로 높았다. 9이닝당 볼넷을 4.50개로 줄였지만 제구에 신경 쓰다 보니 구속이 하락했다. 그 결과 구위가 저하돼 피안타율(0.238→0.371)이 치솟았다.

지난 6월 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장재영은 콜업 없이 시즌을 마무리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그는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질롱 코리아에서도 선발 투수로만 뛰고 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보직을 선택하는 건) 현장의 몫"이라면서도 "일단 선발 투수로 생각하고 있는 건 맞다. 그렇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불펜 투수의 공 하나에 승패가 뒤바뀔 수 있다. 그만큼 마운드 위에서 선수가 느끼는 중압감이 크다. 고형욱 단장은 "(경기) 중간에 들어가면 당장 그 이닝을 잘 막아야 하니까 쫓기는 게 있다. 선발은 본인의 생각대로 완급조절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발 투수는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다양한 구종이 필수적이다. 장재영은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ABL과 내년 스프링캠프를 소화할 계획이다.

만약 그가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면 안우진과 함께 위력적인 파이어볼러 듀오를 형성할 수 있다. 키움이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고형욱 단장은 "한국에 와서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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