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환경오염, 지질시대를 바꿨다…'인류세' 공식화 검토

김성욱 2022. 12.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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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로 인해 빚어진 지질시대를 뜻하는 '인류세(Anthropocene)' 공식화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인류세는 인류 이후의 지질시대를 별도로 구분해야 한다는 비공식적 개념으로, 인류가 지구의 토양, 바다, 대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간이 번성한 시기는 지구 역사에서 매우 짧고, 특정한 이벤트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정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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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구에 유의미한 변화 일으킨 지질시대 의미
20세기 중반 핵무기, 플라스틱, 비료 사용 등 영향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인류로 인해 빚어진 지질시대를 뜻하는 '인류세(Anthropocene)' 공식화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인류세는 인류 이후의 지질시대를 별도로 구분해야 한다는 비공식적 개념으로, 인류가 지구의 토양, 바다, 대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류세 워킹그룹(AWG)은 이날 인류세의 시작점 등 세부 내용을 정하기 위한 내부 투표 단계에 돌입했다. AWG는 20세기 중반을 "인류가 뚜렷하게,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지구 환경을 변화시킨 시기"라고 보고 인류세를 지질학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닌 각국 전문가 30여명이 모인 연구 그룹이다.

현 지질시대는 '홀로세(Holocene)'로, 약 1만년 전 마지막 빙기가 끝나고 간빙기에 들어서 지구가 따뜻해진 시대를 가리킨다. 지구의 46억년 역사는 가장 큰 시간 범위인 누대(eon)를 시작으로 대(era)-기(period)-세(epoch)-절(age) 단위로 구분된다. 현재는 ‘현생누대 신생대 4기 홀로세 메갈라야절’이다.

앞서 AWG는 이달 인류세의 단위를 홀로세와 같은 ‘세’로 규정할지, 홀로세에 속한 ‘절’로 규정할지에 대해서 투표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류세의 특성을 정의하는 데 필요한 지질 표본을 폴란드의 이탄지, 남극반도의 빙하, 일본 해안의 만(灣) 등 후보지 9곳 가운데 어디로 할지도 투표에 포함했다.

인류세는 네덜란드의 대기 화학자 파울 크루첸이 2000년 지구환경 관련 국제회의에서 "우리는 이제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말하며 국제적인 유행어가 됐다. 학계에서 채택된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인류로 인한 환경 변화가 지구에 지질학적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주장에 힘입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인류의 식량 생산에 사용되는 비료에 질소가 전용되고 있다. 또 인류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심해에서부터 극지방까지 널리 퍼져 있으며,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도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후대에 관찰 가능한 지층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세 공식화 논의의 가장 쟁점적인 사안은 시작 시기이다. AWG는 앞서 34명 중 29명의 찬성으로 인류세 시작점을 20세기 중반으로 잡는 데 합의했다. 인류의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핵폭발과 비료, 발전소에서 발생한 물질들이 지구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시점이다. AWG 위원장 콜린 워터스는 “1920년대였다면 ‘자연은 인류가 영향을 미치기엔 너무 거대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지난 세기 그런 관점은 완전히 뒤집혔다”며 “소행성 충돌과 맞먹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만 인간이 번성한 시기는 지구 역사에서 매우 짧고, 특정한 이벤트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정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케임브리지대 지질학자인 필립 기버드는 "지구의 지질기록에 수많은 공백이 있다"며 "많은 조각을 잃어버린 직소 퍼즐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점 또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는 인류세 공식화가 '인간에 의한 지구의 파괴'를 강조하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AWG의 투표 결과와 향후 진행될 투표 내용 등은 권고안이 최종 완성될 때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내년 봄께 모든 내부 투표가 마무리되면 AWG는 지질학 위원회 3곳에 권고안을 제출해 인류세를 공식적으로 인정할지 판단 받게 된다. 각 위원회 60% 이상의 승인을 얻으면 인류세는 지질시대 중 하나로 인정되지만, 반대로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하면 향후 수년간은 등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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