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월드컵 언더독 그리고 한국의 '反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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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는데, 그중 결코 뺄 수 없는 한 가지는 '언더독(Underdog)'이다.
언더독 현상이란 경쟁이 발생할 경우 지켜보는 사람이 약자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언더독의 반란 행렬엔 한국도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노조 간 갈등·귀족노조 등 노동시장의 고갱이는 외면한 채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위선에 지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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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는데, 그중 결코 뺄 수 없는 한 가지는 ‘언더독(Underdog)’이다. 언더독 현상이란 경쟁이 발생할 경우 지켜보는 사람이 약자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월드컵 초장부터 언더독의 반란이 거셌다. 대회 3일째인 지난달 22일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2-1로 격파했다. 이어 호주가 1일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덴마크를 1-0으로 따돌리고 16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23일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에 2-1로 승리한 데 이어, 3차전에서는 ‘무적함대’ 스페인을 2-1로 꺾으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언더독의 반란 행렬엔 한국도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구호는 전 국민이 서로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됐다.
이번 대회 언더독 돌풍의 주인공은 단연 모로코다. 당초 16강 진출조차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의 이 나라는, 조별리그에서 우승후보 벨기에를 꺾으며 16강에 진출했다. 이어 스페인을 넘어서고, 8강에선 포르투갈마저 격파하며 아프리카·아랍 국가의 월드컵 준결승 첫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월드컵 언더독의 반란은 전 세계인의 응원과 바람이 투영된 결과다. 언더독 현상은 스포츠는 물론 드라마, 선거 등 인간사 대부분에서 발동되는 보편적인 심리 현상에 가깝다. 인간은 약자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약자의 승리를 바란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 한국은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막대한 재원과 인력을 통제하는 정부에 맞서는 이들의 파업·시위는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가깝다. 이 싸움은 ‘프랑스 vs 아르헨티나’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 vs 아르헨티나’ ‘모로코 vs 프랑스’에 가깝다.
언더독 현상은 여기선 나타나지 않았다. 화물연대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땅 아래에서 묵묵히 불편을 감내하던 시민의 마음은 분노로 전이된 지 오래다. 지난 15일 전장연의 시위를 막아선 것은 시민을 볼모로 삼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거부하는 또 다른 장애인 단체였다.
일종의 ‘반(反)언더독’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호주·모로코를 응원하던 한국인과, 화물연대·전장연에 분노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들 대다수도 평범한 노동자이자 파업권을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공통의 이해관계집단에 가깝다.
이들이 반언더독 현상을 보이는 것은 언더독이라는 보편적 심리 현상마저 거스를 정도로 특정집단의 시위와 단체행동이 공감력을 잃었다는 의미다. 비정규직 문제·노조 간 갈등·귀족노조 등 노동시장의 고갱이는 외면한 채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위선에 지친 것이다.
시민들에게 ‘왜 너희도 약자이면서 약자 편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호통치기 이전에, 왜 약자들이 자신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일지 스스로 물어야 할 때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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