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급증…11월 배터리 수입, 처음으로 수출 넘었다
리튬이온배터리 수입 증가
수입물량 대부분 중국산
현대차·기아 사용량 급증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국내 리튬이온배터리 수입 물량이 수출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이온배터리는 가전 등에 쓰는 충전 가능한 이차전지로 최근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쓰임이 크게 늘었다. 앞으로도 국내 생산 캐파에 비해 용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무역역조 현상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19일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달 우리나라가 수입한 리튬이온배터리는 1만4441t, 수출 물량은 1만3516t이다. 월별 집계를 기준으로 수입이 수출을 제친 건 리튬이온배터리를 별도 품목으로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달 수출이 5억4600만달러, 수입이 5억3500만달러로 소폭 흑자를 기록했다. 국산 배터리 단가가 높아 수출액이 다소 많은 수준이나 흑자 규모 역시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불과 2, 3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무역흑자만 20억~30억달러에 달해 대표적인 외화벌이 품목으로 꼽혔다.
배터리 수입이 늘어난 건 전기차 보급이 빨라진 영향이 크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스마트폰·노트북·전동공구 등 가전제품에 주로 쓰이다 최근 2, 3년 사이 전기차로 들어가는 물량이 급증했다. 특히 최근 국산 중형급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용량이 70㎾h를 웃도는데 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보다 4000~5000배가량 많은 규모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순수전기차만 19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대부분 현대차·기아가 만드는 전기차다. 여기에 내연기관 파생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도 크게 늘면서 배터리 수요가 급증했다. 수요가 많이 늘었는데 국내 배터리 생산 역량은 수년째 사실상 그대로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근래 대규모 투자를 해왔으나 대부분 해외 공장 설비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무겁고 부피가 커 완성차 최종조립공장과의 접근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배터리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배터리 수입은 2018년 10억달러를 넘기며 본격적으로 늘었는데, 이미 그때부터 해마다 전체 수입액의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수입 물량의 94%가량을 중국에서 가져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국으로 일찌감치 전기차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면서 배터리 산업 덩치를 키웠다.
국내 전기차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차·기아 역시 중국산 배터리 탑재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현대차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보면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차 비중은 2018년까지만 해도 절반이 채 안 됐는데 지난해 82%, 올 들어서는 86%로 늘었다. 현대차·기아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의 제품을 주로 쓰는데, LG나 SK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에 들여온 배터리셀을 가져다 모듈·팩으로 만들어 쓰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배터리 회사 중국 닝더스다이(CATL)의 배터리를 니로 등 일부 차종에 쓴다. 현대차·기아가 내년 이후 새로 출시할 일부 전용전기차에 CATL 제품을 탑재하기로 해 앞으로 수입물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신규 전기차를 개발하면서 중국 비야디(BYD) 배터리를 쓰기로 한 상태다.
전기차가 미래 이동수단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은 데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배터리 산업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을 마련한 것도 자국 내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데 배터리가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15대 핵심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로 리튬이온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를 꼽으며 육성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나 실상은 배터리 순수입국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미국 인플레감축법 역시 배터리 산업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라며 "국내 배터리 기업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국산화 등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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