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전설에서 세계 축구의 神으로

이종길 2022. 12. 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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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차례 도전 끝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
UEFA 챔피언스리그·월드컵·올림픽 우승 모두 이뤄
"은퇴 NO!…챔피언으로서 경기 경험 이어가고 싶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올림픽 우승과 발롱도르.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축구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영광을 안았다. 2006년 독일 대회부터 다섯 차례 도전한 끝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아르헨티나는 19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전·후반전 90분 동안 2-2, 연장전까지 3-3으로 맞선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자국에서 열린 1978년 대회와 1986년 멕시코 대회에 이어 36년 만에 트로피를 추가했다. 십수 년 세계 축구를 주름잡으며 아르헨티나에서도 간판 역할을 해온 메시에게는 첫 번째 우승이다. 이날 두 골을 넣는 등 맹활약으로 마지막 남은 '역대 최고 선수(The Greatest Of All Time·GOAT)' 퍼즐의 한 조각을 직접 맞췄다.

메시는 국가대표 이야기만 나오면 어깨를 펼 수 없는 처지였다. 2005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으나 메이저대회에서 번번이 쓴잔을 마셨다. 지난해 남미 대륙 선수권대회인 코파 아메리카에서 처음 우승하며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했으나 '월드컵 우승'만큼은 풀지 못한 숙제로 따라다녔다. 메시는 2006년 독일 대회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모두 독일에 가로막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주장으로 나선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선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했으나 우승 트로피까지 품진 못했다. 결승에서 또 한 번 독일에 발목을 잡혔다.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선 16강에서 프랑스에 져 탈락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메시는 4년 만에 결승에서 성사된 재대결에서 펄펄 날았다. 전반 21분 앙헬 디마리아가 페널티킥을 얻자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연장 후반 3분에는 추가 골로 아르헨티나의 침체한 분위기를 깨웠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강슛을 몸을 날려 막아낸 상대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미처 자세를 다시 갖추지 못한 틈을 타 오른발 슛을 때렸다. 프랑스 수비수가 끝까지 쫓아갔으나 공은 골라인을 넘었다. 메시는 승부차기에서도 첫 키커로 나서 보란 듯 골망을 흔들었다. 월드컵 트로피와 개인 통산 두 번째 골든볼(7골 3도움)을 한꺼번에 거머쥐며 '라스트 댄스'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에게 이번 대회는 조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고 GOAT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

메시는 매 경기 빼어난 활약으로 아르헨티나 공격을 이끌었다. 월드컵 역사에 남을 수많은 업적도 남겼다. 이날 그는 로타어 마테우스(독일)를 제치고 역대 월드컵 최다 출전 신기록(26경기)을 달성했다. 단일 월드컵 조별리그, 16강전, 8강전, 준결승, 결승전에서 모두 득점한 최초의 선수로도 거듭났다. 이번 대회 개인 성적은 7골 3도움. 월드컵 통산으로는 13골 8도움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66년 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골에 관여한 선수로 기록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번 우승으로 메시는 발롱도르와 UEFA 챔피언스리그, 월드컵을 모두 품은 통산 아홉 번째 선수가 됐다. 그는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에서 뛴 2006년과 2009년, 2011년, 2015년에 UCL 정상에 올랐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축구 시상인 발롱도르는 2009년∼2012년, 2015년, 2019년, 2021년 등 일곱 차례나 수상했다. 메시 이전에 월드컵, 발롱도르, UCL을 휩쓴 선수로는 1968년 보비 찰턴(잉글랜드), 1974년 프란츠 베켄바워와 게르트 뮐러(이상 독일), 1985년 파올로 로시(이탈리아), 2002년 지네딘 지단(프랑스), 2003년 히바우두, 2006년 호나우지뉴, 2007년 카카(이상 브라질) 등이 있다. 올림픽 금메달까지 딴 선수는 메시가 유일하다. 2008년 FC바르셀로나의 출전 만류를 뿌리치고 베이징 대회에 출전해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최고의 결말을 맞이한 메시는 경기 뒤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우승이 찾아온 건 미친 일이다. 신이 내게 그것을 주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젠 즐길 때다. 이 컵을 보라, 아름답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내가 평생 원했던 트로피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며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드디어 해냈다"고 강조했다. 우승이 아르헨티나 대표로의 마지막은 아니다. 그는 "아직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챔피언으로서 경기하는 경험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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