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예산의 계절, 뒷거래 걸리면 의원은 더 '대박'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쪽지 예산'이라고 불리는 정치 뒷거래가 여의도 국회 주변을 맴돈다.
국회혁신자문위원회는 2020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쪽지예산'이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 증액을 위한 민원을 적은 '쪽지'를 건네서 예산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 뒷거래, 걸려도 지역 사업 잘 따내는 정치인 평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해마다 12월이 되면 '쪽지 예산'이라고 불리는 정치 뒷거래가 여의도 국회 주변을 맴돈다. 새해 국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수십억원,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특별한 심사 과정도 없이 처리되는 관행을 의미한다.
쪽지 예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사와 여야 원내 지도부의 최종 담판 과정에서 예산안 처리의 원칙이 흔들리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예결특위원장과 여야 간사의 밀실 협의를 통해 예산이 증액되기도 하고, 삭감되기도 한다. 이러한 빈틈을 쪽지 예산이 파고든다. 이는 국회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국회혁신자문위원회는 2020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쪽지예산’이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 증액을 위한 민원을 적은 ‘쪽지’를 건네서 예산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회혁신자문위는 "쪽지를 전달하는 대상은 예결특위의 위원장이나 여야간사 또는 예결특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위원"이라며 "지역구 챙기기 예산은 도로건설이나 지역편의시설 확충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이 예결특위 활동을 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특히 예결위 간사 등 핵심 보직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본인의 정치 생명가 직결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자기 지역에 예산을 잘 따오는 게 능력이다. 지역 민원성 예산을 잘 확보하는 정치인은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례대표 의원 중에서도 특정 지역의 공천을 꿈꾼다면 지역 예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의 정치적 역량으로 이 정도의 예산을 얻어냈다는 내용은 유용한 홍보 자료가 된다. 사실 국가 예산 600조원 시대에 수십억원 단위의 예산이 어떻게 들어갔다 나오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해 예산안이 처리된다고 해도 전체 예산과 주요 항목별 예산에 관심을 기울일 뿐 세부적인 내용에 관심을 두는 국민은 거의 없다. 쪽지 예산을 둘러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대 강장석 교수는 10년 전인 2012년에 '국회의 실질적 예산안 심의 역량 강화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강 교수는 "‘쪽지예산’ 관행의 근절을 위해서는 각 당이 당 내부적 검토작업을 거쳐 ‘증액사업 리스트’를 제출·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증액심사는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와 각 당의 증액사업 리스트만을 대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증액심사와 관련된 모든 내용이 자료에 수록되고, 회의록에 기록되도록 함으로써, 증액심사 과정을 양성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쪽지 예산 근절을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은 이어졌지만, 문제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쪽지 예산 문제가 심화하면 페어 플레이를 하는 국회의원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국가 예산을 적재적소에 배정하는 원칙을 지키는 국회의원은 무능한 정치인으로 치부되고, 자기 지역에 '예산 폭탄'을 안겨주는 정치인은 능력자로 평가받는다.
국회의원들은 쪽지 예산을 주고받은 사례가 발각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 같지만, 오히려 해당 지역에서는 지역을 위해 굳은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국가 예산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행동이지만, 해당 지역 입장에서는 필요한 예산을 잘 따낸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어떻게 담뱃갑에서 뱀이 쏟아져?"…동물밀수에 한국도 무방비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77년된 케이크 한 조각 400만원에 팔려…여왕님 덕분이라는데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