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 메시의 '라스트 댄스' 해피엔딩
[박시인 기자]
▲ 골든볼 품에 안고 월드컵 트로피에 입 맞추는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의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골든볼을 품에 안은 채 월드컵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승부차기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7골 3도움을 기록한 메시는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주는 골든볼도 거머쥐었다. |
ⓒ 로이터/연합뉴스 |
리오넬 메시의 '라스트 댄스(Last Dance)'가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다섯 번째 월드컵 도전에서 마침내 한을 풀었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19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에 위치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1986년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이자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반면 프랑스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연패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 월드컵 우승 트로피 거머쥐고 환호하는 아르헨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리오넬 메시(가운데)와 동료 팀원들이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와 전·후반전 90분 동안 2-2, 연장전까지 3-3으로 맞선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
ⓒ EPA/연합뉴스 |
이날 아르헨티나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중앙 미드필더 파레데스 대신 윙어 디 마리아가 선발 출장기회를 잡았다. 오른쪽이 아닌 왼쪽 측면에 포진한 것이 주요 포인트였다.
프랑스는 4-2-3-1로 나섰다. 4강전에서 부상으로 결장한 라비오, 우파메카노가 선발로 복귀함에 따라 최정예로 구성된 라인업으로 아르헨티나에 맞섰다.
경기 초반 아르헨티나는 속도감 있는 공격 전개로 프랑스 수비진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전반 5분 마칼리스테르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은 요리스 골키퍼 품에 안겼다. 8분에는 데 폴의 오른발 슈팅이 수비 맞고 골문을 벗어났다.
프랑스는 후방에서 잦은 빌드업 실수를 범하며 아르헨티나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내줬다. 아르헨티나는 주로 왼쪽의 디 마리아를 활용한 공격을 집중적으로 시도했다. 이러한 승부수는 적중했다. 전반 21분 디 마리아가 박스 안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뎀벨레에게 걸려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전반 23분 키커로 나선 메시가 성공시키며 승부의 균형추가 깨졌다.
선제 실점을 내준 프랑스는 여전히 경기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짜임새 있는 패스 플레이와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며 줄곧 좋은 흐름을 유지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36분 완벽에 가까운 카운터 어택으로 프랑스 수비를 궤멸시켰다. 후방에서 공을 가로챈 뒤 물 흐르는 듯한 패스로 빠르게 전진했다. 메시-마칼리스테르를 거쳐간 패스의 방점을 찍은 것은 디 마리아였다. 디 마리아는 요리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왼발슛으로 마무리 지었다.
▲ 월드컵 결승전서 마주 선 메시와 음바페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리오넬 메시(왼쪽)와 프랑스 축구대표팀 킬리안 음바페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경기에서 마주 서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와 연장전까지 3-3 접전을 벌이다가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트로피를 손에 쥔 건 1986년 이후 36년 만이다. |
ⓒ AP/연합뉴스 |
프랑스의 첫 슈팅은 무려 후반 25분에서야 나왔다. 음바페가 박스 왼쪽 모서리 지점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 위로 떠올랐다. 프랑스는 후반 26분 테오 에르난데스, 그리즈만 대신 카마빙가, 코망을 넣으며 변화를 모색했다. 음바페-무아니 투톱, 좌우에 튀랑과 코망을 포진시키는 4-4-2로 전환했다.
프랑스는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잡았다. 무아니가 돌파를 시도할 때 오타멘디에게 밀려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그리고 후반 35분 음바페가 왼쪽 하단 구석으로 강하게 차 넣었다. 프랑스는 2분 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37분 코망, 라비오를 거친 뒤 음바페가 머리로 떨궈줬다. 이어 무아니의 원터치 로빙 패스를 음바페가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후 2골을 터뜨린 프랑스의 분위기로 완전히 넘어갔다. 후반 49분 라비오의 왼발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아르헨티나도 반격에 나섰다. 후반 51분 아크 정면에서 메시의 강력한 왼발슛을 요리스 골키퍼가 쳐냈다. 결국 두 팀은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소진한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교체 카드를 꺼냈다. 연장 전반 6분 라비오 대신 포파나를, 연장 전반 12분 알바레스, 데 폴 대신 라우타로 마르티네스, 파레데스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연장 전반 16분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라우타로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마무리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연장 후반 2분에는 메시의 왼발슛이 요리스 골키퍼 손에 걸렸다. 라우타로의 교체는 공격의 무게감을 한껏 높이는 계기가 됐다.
연장 후반 4분 아르헨티나는 다시 한 골을 달아났다. 라우타로의 오른발 슈팅이 요리스에게 막히고 흘러 나온 공을 문전에서 메시가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신은 프랑스를 외면하지 않았다. 음바페가 슈팅을 시도한 공이 몬티엘의 핸드볼 파울로 인한 페널티킥 선언으로 이어진 것이다. 연장 후반 13분 음바페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연장 후반 추가 시간 두 팀은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무아니가 완벽한 기회에서 시도한 오른발 슈팅이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 다리에 막히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아르헨티나도 역습 상황에서 라우타로의 프리 헤더가 골문을 벗어나며 120분 안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는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프랑스는 2번 키커 코망이 선방에 막혔고, 3번 키커 추아메니의 슛이 골문 왼편으로 빗나갔다. 아르헨티나는 4명이 모두 성공시키며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 음바페 위로하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자국 대표팀이 아르헨티나에 패배한 뒤 좌절하는 킬리안 음바페(가운데)를 위로하고 있다. 이날 음바페의 멀티 골에 힘입은 프랑스는 아르헨티나에 연장전까지 3-3으로 맞섰으나 승부차기에서 2-4로 패배했다. |
ⓒ EPA/연합뉴스 |
지금까지 월드컵 역사에서 우승 대륙은 오로지 유럽과 남미로부터 나왔다. 1930년을 시작으로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총 21번의 대회에서 유럽(12회), 남미(9회)가 모두 우승을 독식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브라질의 우승으로 유럽(8회)은 남미(9회)에 열세를 보였으나 이후 이탈리아(2006 독일 월드컵), 스페인(2010 남아공 월드컵), 독일(2014 브라질 월드컵), 프랑스(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유럽팀이 챔피언을 배출하면서 흐름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정상에 올랐다. 20년 만에 남미 대륙의 우승이었다. 이로써 남미는 10회, 유럽은 12회로 격차가 좁혀졌다.
역대 남미와 유럽의 월드컵 결승 맞대결에서는 11번을 맞붙어 남미가 8회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 진출해 피파컵을 들어올렸다.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 도전, 결국 우승의 한 풀다
아르헨티나는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우승을 노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르헨티나를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메시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선언하면서 선수단의 단합력과 동기부여가 어느때와 비교해 매우 높았다.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부터 불안감을 노출했다. 약체로 분류된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1차전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멕시코전 승리로 분기점을 마련한 뒤 폴란드를 물리치고 C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토너먼트에서는 팀의 완성도가 한 단계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16강 호주, 8강 네덜란드, 4강 크로아티아를 차례 제압하며 결승에 안착한 아르헨티나는 4년 전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긴 프랑스를 넘어서야 했다.
▲ '라스트 댄스'로 월드컵 트로피 손에 쥔 아르헨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트로피를 손에 쥔 채 기뻐하고 있다. 메시는 이번 카타르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연장전까지 3-3으로 프랑스에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
ⓒ AFP / 연합뉴스 |
우승 원동력에 있어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감독 중 가장 나이가 젊지만 매 경기 상대팀에 맞는 유연한 전술 운용과 변화 무쌍한 전략으로 노련함을 보여줬다.
이날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는 디 마리아를 왼쪽 측면에 포진시키는 변칙 4-3-3 포메이션을 가동한 것이 완벽하게 주효했다. 디 마리아는 전반 21분 페널티킥을 유도한 데 이어 전반 36분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적어도 이 경기에서는 메시 의존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든 포지션에 걸쳐 톱니바퀴가 적절하게 맞물려 돌아갔다.
아르헨티나에게 위기는 있었다. 후반 30분과 32분 음바페에게 연속골을 얻어맞으며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그러나 연장 후반 4분 메시의 득점에도 불구하고 음바페에게 실점하며 승부차기에서 우승팀을 가려야 할 상황에 놓였다. 승부차기 혈투에서 결국 아르헨티나가 웃었다.
역시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퍼즐조각은 7경기에 출전해 7골 3도움을 올린 메시가 채웠다. 1987년생의 많은 나이에도 메시는 조별리그 폴란드와의 3차전을 제외한 6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메시는 각종 월드컵 기록을 대거 갈아치웠다. 월드컵 통산 13골 8도움으로 총 21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린 메시는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16골 3도움), 호나우두(브라질·15골 4도움), 게르트 뮐러(독일·14골 5도움)를 넘고 역대 1위로 등극했다. 또, 26경기 출전으로 로타어 마테우스(독일)의 기록을 경신했다.
그동안 메시는 발롱도르 7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리그 우승 11회 등 클럽 무대에서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올린 것에 반해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메시의 통산 다섯 번째 도전이자 라스트 댄스였다.
결국 메시는 해냈다. 유일한 목표였던 월드컵 우승을 이뤄내며, 역사상 최고의 전설로 평가받는 펠레-마라도나와의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선수)' 논쟁을 종결시켰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루사일 스타디움, 카타르 루사일 - 2022년 12월 19일)
아르헨티나 3 - 메시(PK) 23' 디 마리아(도움:마칼리스테르) 36' 메시 109'
프랑스 3 - 음바페(PK) 80' 음바페(도움:무아니) 82' 음바페(PK) 118'
아르헨티나, 승부차기 4-2승
승부차기
프랑스 - 음바페 O 코망 X 추아메니 X 무아니 O
아르헨티나 - 메시 O 디발라 O 파레데스 O 몬티엘 O
선수명단
아르헨티나 4-3-3 : E.마르티네스 – 몰리나(91'몬티엘), 로메로, 오타멘디, 탈리아피코(121+'디발라) – 데 폴(102'파레데스), E.페르난데스, 마칼리스테르(116'페셀라) - 메시, J.알바레스(102'라우타로), 디 마리아(64'아쿠냐)
프랑스 4-2-3-1 : 요리스 - 쿤데, 바란(113'코나테), 우파메카노, T.에르난데스(71'카마빙가) - 추아메니, 라비오(96'포파나) - 뎀벨레(41'무아니), 그리즈만(71'코망), 음바페 - 지루(41'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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