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규정이닝 0회' 구창모,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배중현 2022. 12. 19. 09: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대 132억원 비 FA 다년 계약
FA 2년 앞두고 '대박' 터트려
내년 WBC·AG 결과 따라 조기 FA 가능
규정이닝 소화 경험 없지만 투자
"내구성 증명하면 몸값 더 비싸져"
지난 17일 NC 다이노스와 비 FA 다년계약을 마친 왼손 투수 구창모. 구창모는 프로 데뷔 후 규정 이닝 소화가 단 한 번도 없지만 NC는 그에게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했다. IS 포토

NC 다이노스가 토종 에이스 구창모(25)의 미래를 샀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내린 결단이다.

NC는 지난 16일 구창모와 비(非) FA 다년 계약에 합의했다. 구창모는 2024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하면 6년, 최대 125억원(총 연봉 90억원, 인센티브 35억원)를 받는다. 만약 202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면 6+1년, 최대 132억원으로 조건이 변동된다. 이 경우 첫 6년 총 연봉이 88억원으로 소폭 줄지만, 인센티브 및 7년 차 계약 실행에 따른 금액이 포함돼 130억원을 상회한다. 내년 3월과 9월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출전 여부에 따라 구창모의 FA 자격 취득 시점이 1년 앞당겨질 수 있어 계약 조건이 크게 2개로 나뉘었다.

구창모는 국제대회 보상일수 35일을 획득하면 2025시즌이 아닌 2024시즌 종료 후 FA로 풀린다. 현행 KBO리그는 WBC 우승과 AG 우승에 각각 1군 등록일수 60일과 25일 보상이 걸려있다. 두 대회 모두 출전만 해도 기본 보상일수가 10일이다. 구창모로선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항저우 AG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최소 보상일수 35일(10일+25일)을 확보, 연평균 금액이 더 큰 '6년, 최대 125억원 계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구단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봤다.

구창모의 다년 계약이 놀라운 건 그의 '부족한' 이닝 소화 능력 때문이다. 2016년 데뷔한 구창모가 규정이닝(144이닝)을 넘어선 건 단 한 번도 없다. 2018년 기록한 133이닝이 한 시즌 개인 최다. 개인 통산 두 번째 두 자릿수 승리(11승)를 거둔 올 시즌에도 111과 3분의 2이닝에 그쳤다. 규정이닝은 한 시즌을 꾸준하게 치른 선발 투수만 달 수 있는 '훈장'이다. 매년 잔부상에 시달렸던 구창모로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목표였다. 몸 상태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년 계약이 자칫 무리일 수 있다.

더욱이 구창모는 FA 자격 취득까지 1년이 아닌 2년이 남았다. 2023시즌 활약을 지켜본 뒤 다년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안정적인 선택일 수 있다. 임선남 NC 단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그렇게 하면 내구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내구성을 증명하면 몸값이 훨씬 비싸질 수 있다. 건강하게 2년을 던지면 (이번에 사인한 다년) 계약 금액을 넘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며 "지난해와 올해 겪어보니까 (재계약 의사가 있는 FA 선수면) 시장에 내보내지 않는 게 최선일 수 있더라. FA 시장은 전혀 예측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창모는 2020년 왼 전완부 피로골절 문제로 고전했다. 재활 치료 중이던 2021년 7월에는 "뼈의 유압이 완전하지 않다"는 병원 소견에 따라 왼 척골 미세골절 판고정술(소량의 골반 뼈세포를 부상 부위에 이식 후 판을 고정하는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3월에는 러닝 훈련 중 미끄러져 오른 햄스트링을 다쳤다.

하지만 지난 5월 28일 무려 575일 만에 정규시즌 복귀전을 치른 뒤에는 승승장구했다. 8월 왼팔 피로 누적 문제로 잠시 부상자명단에 오르기도 했지만, 큰 문제 없이 잔여 시즌을 치렀다. 부족한 이닝 속에서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포스트 광현종(김광현+양현종)'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임선남 단장은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한 결과 (구창모의) 수술 부위는 완치라고 봤다. 러닝을 하다가 미끄러져 다친 거는 그냥 운이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며 "투수니까 당연히 팔꿈치와 어깨에 리크스가 있을 수 있는데 다른 투수와 비교했을 때 (구창모의 리스크가 특별히) 심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NC는 '건강한 구창모'에게 베팅했다. 그러면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인센티브의 상당 부분을 이닝 소화에 걸었다. 구창모는 "좋은 계약을 한 만큼 책임감을 갖고 야구장 안팎에서 선후배들을 잘 챙겨서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