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김정진 “싸우는 연기하다 맞아서 콧대 실금가기도” [일문일답]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7일 개봉)에는 박진영, 김영민, 허동원, 송건희 등 대중에 익숙한 배우들의 낯선 모습을 보는 것과 함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극 초반 소년원에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백영중 역의 김정진도 이 영화의 ‘뉴 페이스’ 중 한 명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 배우로 첫발을 내디딘 김정진은 서른의 나이에 10대 청소년을 제법 그럴싸하게 연기했다. 연기도, 소속사 계약도 올해 처음 경험한 김정진에게 당찬 포부를 들어봤다.
-데뷔가 꽤 늦은 편인데. “대학에서 실용음악과 드럼을 전공하다 중퇴 후 군대를 다녀오고 연기로 전향했다. 스물일곱에 4수 해서 서울예대 연기과 19학번으로 입학했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대학생이었다. 올해가 돼서야 대학 졸업도 하고 회사도 계약했다. 입시를 준비할 때 늦은 게 아닌가 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재수, 3수를 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입학해보니 나이가 많은 형들이 있더라. 나이를 불문하고 동기라는 집단에 속해 집중할 수 있었다.”
-연기하게 된 계기는. “해병대 1160기로 복무할 때 서울예대 연기과에 재학 중인 동기를 만났다. 수려하고 화려한 사람들만 연기하는 줄 알았는데 이 동기는 키도 작고 의외였다. 그 친구의 권유로 난생처음 ‘유리동물원’이라는 연극을 보러 갔는데 강기둥 배우의 연기를 보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여기까지 왔다.”
-가족의 걱정이 있지 않았나. “집에서 응원은 안 해줬다. 집안 전체가 칭찬에 인색하다. 엄마가 ‘대학도 못 가는데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니지 않니’라며 배우 하지 말고 매니저를 하라더라. 해외에 있는 아버지는 열심히 하라고만, 형은 그래도 잘 선택했다며 응원을 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에는 어떻게 출연했나. “김성수 감독이 동문이다. 교수님으로 학교에 왔다가 소년원생 역할을 할 배우가 필요하다더라. 보조출연자로 지원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만나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사실 처음엔 부담도 없었다. 대사도 없고 가만히 있는 역할이라고 해서. 막상 가보니 역할을 줘 참여했다.”
-영화에서 청소년을 연기했는데. “역할을 떠나 18세라는 나이를 역행해야 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행동도 굉장히 충동적이고 본능적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자아가 형성된 상태라 동물적으로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
-소년원생 역할은 어떻게 했나. “양아치 역할이 오히려 편했다. 촬영 전에 배우들에게 공통 질문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중 어떤 연기가 편하냐’고 했더니 대부분 가해자라고 했다. 액션을 하고 피해를 받기 싫은 연기가 그나마 좀 편하지 않았을까. 나는 맞는 역할이라 장면과 장면 연결을 맞춰야 했다. 잘 맞아야 하고 매일 피 분장을 하느라 피해자 연기가 진짜 어려웠다.”
-싸움 신은 어땠나. “액션 스쿨을 다니며 합을 맞췄다. 그러나 감독님이 짜인 합의 연기를 원하지 않았다. 날 것으로 보이길 원해서 즉흥적으로 바꿨다. 나도 (박) 진영이도 몸으로 부딪혀 연기하느라 한 번씩 다쳤다. 주먹으로 갈비뼈를 때려서 숨을 쉬기 힘든 적도 있었고, 목욕탕 싸움 장면에서 진짜 코를 맞아서 콧대에 실금이 갔었다.”
-욕 대사가 많은데 연습을 따로 했나. “욕설이나 폭언은 따로 준비한 것은 없었다. 자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세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하다 보니 편했다.”
-소속사는 어떻게 만났나. “올해 제천국제영화제에 내가 출연한 단편영화를 본 관계자가 대표님에게 추천해 만났다. 회사를 결정하게 된 것은 내가 사회성이나 융통성이 없다고 말했는데 ‘간절하면 알아서 하겠지’라는 답을 듣고 계약했다.
-박진영, 송건희 등에게 배운 점이 있다면. “진영이에게 ‘사회성이 떨어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오히려 ‘형 그대로 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이후에 김영민, 허동원 선배에게 먼저 말을 걸며 인사했다. 나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는 태도를 취했고 하지 못하는 태도와 충돌해 스트레스가 됐던 것 같다. 이제는 그냥 내버려 둔다.”
-촬영이 없는 날은 뭐하나.
“집에서 지원을 받지 않고 있어 알바하고 있다. 디자이너 피팅 알바를 했는데 내년 초까지 소속사 동료의 소개로 맥줏집에서 일한다.”
-새해 목표가 있다면.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매달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편식하지 않고 밥을 먹듯 역할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엄마에게 차 한 대를 선물하고 싶다.”
이현아 기자 lalalas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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