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인생케어서비스로 구민 행복 100% 구현“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구민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는 체계적인 복지 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구청의 업무 중심축을 행정 서비스에서 인생케어로 이전하고 흩어져 있는 복지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정비하겠습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민선 8기 취임사에 이처럼 복지에 대한 비전을 비중 있게 담았다. 또 전 연령대에 걸쳐 구민들의 인생 전체를 돌보는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7월 ‘서대문 행복 100% 추진단’의 4개 TF 가운데 하나로 ‘인생케어TF’를 배치했다. 복지에 대한 이 구청장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취임한 지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잇달아 내고 있다. 그 한 예가 가족돌봄 청소년과 청년, 일명 ‘영 케어러’ 발굴 지원이다. 서대문구는 올 10월부터 전국 최초로 이들을 위해 돌봄SOS서비스, 마음돌봄키트, 교육비와 간병비, 심리검사와 정신건강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서대문구 가족돌봄 청소년·청년 지원 조례’ 제정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신청주의 복지의 한계에서 벗어나 영 케어러를 적극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올 연말 서울시민이 뽑은 ‘민원서비스 개선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이 구청장은 “청년들이 가족을 돌보기 위해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영 케어러를 위한 특화 사업을 개발하고 대상자 발굴에 힘쓰는 한편, 민간 기관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는 역시 전국 최초로 올 9월 천연동의 한 건물에서 ‘시설보호아동 자립체험주택’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에 4개 원룸을 마련하고 ‘혼자 살아 보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은 지역 내 6곳의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를 앞둔 청소년들이다. 구는 이들이 퇴소 후 맞게 될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 사업을 준비했다. 이곳에서의 생활 기간은 약 1개월이며 50만 원의 생활비를 지원받는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의 ‘자립체험워크북’을 활용해 일상생활, 자기 보호, 돈 관리, 진로 계획 등을 위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생활을 체험해 본다. 또 ‘커뮤니티 매니저’가 같은 건물 내 별도의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자립체험주택에 사는 청소년들의 활동과 안전을 지원한다. 이 구청장은 “성인이 되면 시설에서 나와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이 자립에 대한 두려움을 덜고 스스로 준비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자립체험주택을 운영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체험 기간을 최대 3개월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는 11월과 12월에 보호종료아동 사각지대 조기 발굴을 위한 전수조사도 실시했다. 올 11월 신촌의 한 원룸에서는 생활고를 이유로 60대와 30대 모녀의 삶이 스러졌다. 이성헌 구청장은 “가족 중심의 돌봄 기능 약화 등으로 사회적 고립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더 이상 신촌 모녀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위기가구 발굴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는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과 고독사 예방을 위해 12월 준비 과정을 거쳐 새해 1월부터 복지순찰대와 지역돌봄단을 운영한다. 복지순찰대는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지역의 직능단체 회원과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자신이 맡은 요일에 정해진 동네 구역을 순찰하며 요금 고지서가 쌓인 우편함이 없는지 살피는 등 주민 위기 징후를 포착한다.
구는 여기에 참여하는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을 현재 3300여 명에서 8400여 명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가스, 수도, 전기 검침원과 요구르트 배달원 등을 위촉한다. 사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에게 ‘복지사각지대 발굴, 신고 매뉴얼’ 교육도 실시한다.
구는 또한 통장과 반장을 지역돌봄단원으로 임명하고 복지사각지대 발굴 역할을 강화한다. 아울러 여관·쪽방·옥탑 거주 취약 가구, 사회적 고립 가구 등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이달 중 지역내 740여 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참여하는 복지네트워크를 신설한다. 이 구청장은 “주민등록지가 아닌 실제 거주지를 기준으로 공과금 체납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및 유관 기관과 적극 소통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서대문구는 12월 들어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과 손잡고 저소득 홀몸 노인 가구 100곳에 주 2회씩 우유를 배달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우유가 쌓이면 구와 동주민센터에서 대상자의 건강이나 신변에 이상이 없는지 안부 확인에 나서게 되는데 대상 가구가 점차 확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가 10월 말부터 2달 간 서대문우체국 및 우체국공익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실시한 ‘복지등기 우편 시범사업’도 눈길을 모았다. 구가 위기 징후가 있는 가구에 ‘복지 사업 안내문’이 담긴 등기 우편물을 발송하면 집배원이 주거환경과 생활실태를 살펴 위기조사 점검표를 작성하고 이를 구청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성헌 구청장은 “민선 8기의 실질적 원년인 2023년에도 사회적 약자를 결코 잊지 않겠으며, 복지 대상자의 연령과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인생케어서비스로 ‘구민 행복 100% 서대문’을 구현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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