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계란판·신문이 수제종이로…지구도 생각하는 연하장 됐죠

성선해 2022. 12.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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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섬유를 원료로 만든 종이는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존재예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는 물론, 각종 정보를 담는 책과 물건을 보관하는 상자, 음료를 담는 종이팩, 심지어 가구를 만들 때도 쓰죠. 최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트렌드가 되면서 포장지나 빨대 등 각종 일회용품을 종이 소재로 만드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이렇게 여러 분야에 종이가 필요한 만큼 일상에서 발생하는 종이로 된 쓰레기의 양은 어마어마해요. 이를 최대한 재활용하기 위해 신문지·책·노트·복사지·종이팩·달력·포장지·종이컵·우유팩·종이상자 등을 종이류로 구분해 분리수거하는 거죠.

이유은(왼쪽) 학생기자와 문시윤 학생모델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폐지를 수제종이로 재탄생시켜 연하장과 카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펴낸 2021년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종이류의 재활용률은 47.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요. 폐지는 종이팩·종이컵 등 천연펄프로 만든 종이류, 펄프에 돌가루를 섞어 만든 A4용지·책 등 같은 재질로 구분해서 버려야 재활용이 용이한데, 이렇게 세부적으로 분리수거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죠.

사실 폐지를 재활용하는 방법은 원리만 알면 소중 독자 여러분도 쉽게 할 수 있답니다. 분리수거가 된 종이는 폐지로 묶여 제지회사에 전달되는데, 이곳에서는 폐지에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에 불려 다시 펄프에 가까운 형태로 만든 뒤 새로운 종이로 만드는 작업을 해요. 언뜻 어려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수제종이를 만들 수 있죠. 직접 만든 종이로 다양한 생활용품도 만들 수 있답니다.

택배상자·신문지·계란판·고등국어문제집으로 만든 수제종이들. 생활 속 종이류로 수제종이를 만들 수 있으며, 선택재료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문시윤 학생모델과 이유은 학생기자가 폐지로 수제종이를 만드는 법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 성북구에 있는 공방 '공간:라움'을 찾았어요. 정미지 대표가 물에 불린 종이죽이 담겨있는 두 개의 수조 앞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자세히 보니 두 개의 수조 속에 담긴 종이죽의 색깔이 달랐어요. "흰색 종이죽은 흰색 계란판, 회색 종이죽은 글씨를 인쇄했던 이면지를 물에 불려 만들었어요. 잉크 때문에 좀 더 색이 짙죠."

수제종이는 일반종이처럼 글과 그림을 그리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향수를 뿌리면 향지가 되고, 여러 장 엮어 책을 만들 수도 있다.


유은 학생기자가 "계란판이나 인쇄한 종이 외에 어떤 재료들로 수제종이를 만들 수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우리 생활과 밀접한 종이는 거의 모두 재료가 될 수 있어요. 최근에는 제 딸이 풀었던 문제집을 가지고 수제종이를 만들어봤는데, 재생한 종이 표면에 언뜻언뜻 글자가 무늬처럼 보이더라고요. 원재료에 따라 서로 다른 질감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게 수제종이의 장점이에요. 다만 우유팩처럼 코팅된 종이는 물에 불리는 과정에서 코팅지를 따로 분리해야 해요."

수제종이 만들기의 첫 단계는 폐지를 잘게 찢어 물과 함께 섞어 하루이틀 정도 불리는 것이다. 불린 종이조각은 믹서기로 잘게 갈아서 종이죽 형태로 만든다.

공방 한쪽에는 정 대표가 만든 다양한 종류의 수제종이가 진열돼 있었어요. 직접 만져보니 색깔도 질감도 모두 상이했죠. "종이 소재가 수제종이 재료의 기본이지만 종이죽에 말린 꽃이나 잘게 부순 색지로 무늬를 넣을 수도 있어요.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수 있는 것들이 종이로 다시 태어나는 거죠."

수제종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도 간단해요. 재사용을 위해 따로 모은 폐지와 물, 불린 종이를 곱게 갈아 죽처럼 만들 때 쓰는 믹서기, 종이죽을 보관할 그릇, 카드와 봉투 등 만들고자 하는 종이의 형태를 한 틀, 그릇 위에 걸쳐놓고 틀에서 물을 빼는 받침대 역할을 하는 막대 두 개, 물기를 닦는 수건, 틀에서 분리한 종이를 붙여 놓을 매트 역할을 하는 커다란 종이죠. 정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준비한 종이죽은 폐지를 하루 불리고 믹서기로 갈아서 만든 겁니다.

직사각형 카드부터 종이봉투 형태까지 수제종이를 만드는 틀은 여러 종류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연말을 맞이해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수제종이로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시윤 학생모델이 이면지로 만든 종이죽을, 유은 학생기자가 흰색 계란판으로 만든 종이죽을 이용하기로 했죠. 카드처럼 직사각형 모양의 틀도 필요합니다. "먼저 수조 안의 종이죽을 살살 저어서 잘 섞이게 해주세요. 직사각형 틀을 보면 뼈대만 있는 부분과 철망이 달린 부분으로 나뉘는데, 뼈대만 있는 부분이 위로 오도록 해서 두 개를 겹치세요. 그러면 아랫부분이 철망으로 된 그릇과 같은 형태가 되죠. 이걸 수조 안에 넣어서 종이죽을 뜹니다. 틀 안에 종이죽이 담기면 살살 흔들어서 평평하게 만들어 주세요."

정 대표의 말에 따라 틀로 수조 안 종이죽을 뜬 소중 학생기자단. 이제 수조 입구 양쪽에 걸쳐둔 받침대 위에 틀을 올려 물기를 빼주면 됩니다. 종이죽이 어느 정도 물기가 빠져서 더 이상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지 않으면 반죽 형태가 되죠. 그럼 틀에서 종이반죽을 분리해서 매트 위에 올려두세요. 틀의 위쪽을 분리하고, 철망이 있는 쪽이 하늘을 향하도록 한 상태에서 매트 위에 종이반죽을 올립니다. 그리고 수건으로 '톡톡' 두드려서 남아있는 물기를 마저 빼주세요. 필요한 카드의 숫자만큼 이 과정을 반복하면 돼요. 뒤이어 종이봉투 뜨기 작업도 했죠. 길게 펼쳐진 봉투 형태의 틀이 필요한 것만 달라요. 수조 안의 종이죽을 살살 저어준 뒤, 카드 만들기와 똑같이 하면 됩니다.

수제종이는 재료에 따라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파스텔·물감 등으로 그림을 그려도 일반종이와는 다른 느낌이 난다.

"이렇게 만든 수제종이는 며칠 동안 건조해야 해요. 보통 이틀 정도 말리지만, 겨울철에는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3~4일 정도가 필요하죠. 다 말린 종이는 형태가 오그라들 수 있기 때문에 프레스 기계나 무거운 책으로 한동안 눌러서 형태를 잡아줘야 해요."

정 대표의 말처럼 완성된 종이를 사용하려면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미리 준비된 수제종이 카드로 연하장과 크리스마스 카드를 꾸미기로 했어요. 먼저 수제종이 카드 위에 캘리그래피로 새해맞이 인사를 써볼 겁니다. 유은 학생기자가 펜을 들어 "더 밝은 새해가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문구를 썼죠. 그리고 종이 테이프로 말린 꽃을 카드 한쪽에 붙인 뒤, 실링왁스로 인장을 찍어보기로 했어요. 여러 색의 왁스를 멜팅 스푼 위에 올린 뒤, 캔들 버너 위에 올리면 왁스가 녹아요. 액체 형태가 된 왁스를 말린 꽃줄기 위에 조심스럽게 부은 뒤, 스탬프로 찍으면 멋스러운 장식이 되죠.

수제종이로 만든 연하장 위에 말린 꽃과 실링왁스 등으로 장식을 더해 취향대로 꾸밀 수 있다.

시윤 학생모델은 크리스마스 카드 꾸미기부터 시작했어요. 이면지 위에 파스텔로 그리고 싶은 크리스마스 관련 이미지를 연습한 뒤, 수제종이 카드 위에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리기 시작했죠. 뒤이어 또 다른 수제종이 카드에는 뮤지컬 '마틸다'를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인 'Naughty'의 가사 "Sometimes you have to be a little bit naughty"를 볼펜으로 적었어요. "'소년중앙' 아역 뮤지컬 배우 특집 취재에 참여했는데, 그때 이 노래를 접하고 기억에 남았어요."(시윤)

연말·연초에 수제종이로 카드와 연하장을 만들면 마음을 전하는 것은 물론, 환경보호에도 일조할 수 있다.


형형색색 크리스마스트리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이 담긴 연하장까지. 소중 학생기자단이 마음에 품은 소중한 문장들이 수제종이 카드에 담겼어요. 여기에 조금 더 장식을 더 할 수도 있죠. 카드 뒤에 색지를 대고, 펀치로 윗부분 정중앙에 구멍을 뚫은 뒤 리본을 매어주면 더욱 멋스럽답니다.

"연하장이나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외에 수제종이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이 만든 카드를 살피던 시윤 학생모델이 말했어요. "일반종이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죠. 또 꽃이나 리본 등으로 장식한 뒤 좋아하는 향을 뿌리면 향지가 되고, 종이를 엮어 책으로 만들면 북아트도 할 수 있어요. (유은 학생기자가 한 것처럼) 캘리그래피로 문구를 써서 액자를 끼우면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하고요."

이유은 학생기자가 만든 수제종이 연하장(위)과 문시윤 학생모델이 만든 수제종이 크리스마스 카드(아래).


최근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물건 사고 종이 영수증 받지 않기 등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죠. 소중 독자 여러분도 연말과 새해에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으로 종이 재활용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요.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하나뿐인 카드로 내 마음을 전할 수도 있어요.

■ 수제종이 만들기

1. 원하는 형태의 틀을 이용해 수조에 담은 종이죽을 얇게 뜨고 물기를 제거한다.

2. 틀에서 철망이 있는 부분만 분리한다.

3. 틀에서 종이를 떼어 매트 위에 얹고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4. 수제종이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이틀 정도 건조한다.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독특한 매력이 있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수제종이! 4학년 때 과학수업에서 수제종이 만들기를 배워서 이번 취재에 더욱 관심이 생겼죠. 또 직접 만들 생각에 더 기대되고 설레었어요. 특히 문제집을 재활용해 만든 수제종이는 중간중간 글자가 보여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수제종이 질감이 일반종이와는 달라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죠. 하지만 반짝이는 펜과 오일파스텔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보니 오히려 빈티지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과연 내가 수제종이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멋진 작품이 나와 뿌듯했어요. 주로 계란판과 우유팩 등 우리 주변의 물건들을 재활용해 만든 것이라서 뜻깊었어요. 집에서도 재료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수제종이! 여러분도 수제종이를 만들며 즐거움을 느끼고 환경보호에 한 발짝 다가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문시윤(서울 상명초 5) 학생모델

저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재활용에 관심이 많아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가 쓰레기 중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재활용도 잘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면지를 사용한다든가, 잘 분리해서 재활용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 취재를 통해 수제종이를 만들어서 재활용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냥 버려지는 종이였는데 수제종이로 재탄생해 더욱 실용성이 높아지는 방법입니다. 수제종이를 만들 때 많은 종류의 종이를 재활용해서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문제집·계란판·우유팩·신문지 등으로요. 원재료의 특성에 따라 수제종이도 다른 색과 느낌이 있어요. 저는 문제집을 다 풀면 그냥 버리지만, 정미지 대표님은 따님의 고등수학 문제집을 재사용해 개성 있는 종이를 만든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죠. 수제종이로 새해 연하장을 만드니 더욱 잘 내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어요. 꽃도 붙이고, 글씨도 쓰니 예쁘게 완성이 되었죠. 아름다운 작품도 만들고, 환경도 지키는 일석이조 수제종이 만들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유은(경기도 위례초 5)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이대원(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문시윤(서울 상명초 5) 학생모델·이유은(경기도 위례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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