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꼭 하고 싶은 일 있다면 꼭 해보세요, 세상 보는 관점 넓어지죠

김현정 2022. 1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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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곳에서 일하며 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이루지 못했던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양한 업무 환경에 대해 공부하며 스스로 적용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제가 하는 사업 아이템 역시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 선정했습니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직원 10명이 원격근무 체제로 일하는 ‘전 직원 디지털 노마드’ 뉴캄웹툰컴퍼니 문서윤(36) 대표의 회사 소개 글 중 일부입니다. 대학 졸업 후 5년간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했지만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만큼은 평범하지 않았어요. 서윤씨는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직무인 해외영업 업무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방법을 찾는 직장인이었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긴 타고난 창업가라 할 수 있습니다.

문서윤 대표는 1인 노마드 출판사를 거쳐 전국 곳곳서 원격근무 체제로 일하는 ‘전 직원 디지털 노마드’ 뉴캄웹툰컴퍼니를 설립했다.

‘1인 디지털 노마드’로 살다 ‘디지털 노마드’ 회사 설립

드라마 작가를 꿈꾸던 서윤씨는 스무 살에 방송작가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드라마아카데미에 진학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긴 했지만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 직업인으로서 드라마 작가의 업무환경이나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는 현실을 알게 됐죠. 이곳에서 공부를 마친 후 방송작가로서 홀로서기까지 투입해야 할 시간과 노력이 상상을 초월했어요.”

한 학기 만에 뜻을 접고 입시를 준비해 2008년 선문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무역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중남미지역 해외영업 업무를 담당해 1년 중 1~2개월은 해외에서 일해야 했죠. 국내 근무 때도 13시간 시차가 있는 현지 담당자와 밤새 소통하고 오후 2시까지 출근했어요. 그러다 보니 밤낮도 바뀌고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출퇴근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비효율적인 근무여건 때문에 고민이 많았죠. “그 문제로 사장님과도 몇 번이나 대화도 나눴어요. 저는 당시 우리 회사가 충분히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사장님은 직원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는지 점검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죠.”

IT 솔루션에도 관심이 많았던 서윤씨는 새로운 업무협업 툴을 선도적으로 써보고 도전해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사장님께 재택근무를 도입하지 못한다면 업무방식이라도 스마트하게 바꾸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글 드라이브나 클라우드 교육을 하기도 했어요.

2020년 교육부의 다양한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웹툰으로 교육부 SNS를 통해 연재했다.

2015년 11월 스물아홉 살의 서윤씨는 이직을 목적으로 퇴사했습니다. 하지만 이직을 하더라도 그 회사의 조직문화를 바꾸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면 창업이 답이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디지털 기반의 직업을 갖자고 결심한 그는 2016년 1인 출판사 더심플북스를 설립했어요. 창업에 큰 비용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서윤씨는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콘텐트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전자책 형태로 제작할 수 있었죠.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를 접한 것도 창업의 동기가 됐습니다. 원격근무 체제로 일하는 친구들을 하나둘 만나면서 가슴이 뛰었죠. 설레는 마음에 2016년 3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디지털 노마드 콘퍼런스 방콕 2016’에 참여했어요. 원격근무를 하는 세계인들은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 직접 보고 배우고 싶어서였죠.

“콘퍼런스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미 원격근무 형태로 세계를 여행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는 삶을 살고 있더군요. 지난 5년간 회사에서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이미 찾아서 실행하고 있었던 거죠.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야 저는 다른 세계,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태국여행 가이드북』, 포토그래퍼와 함께 현지에서 진행한 매거진 인터뷰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등 전자책을 여러 권 출간했죠.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를 펴냈어요. 북 콘서트를 비롯해 태국 청년들과의 교류행사까지 그야말로 원 없이 하고 싶은 일들을 시도했습니다.


1인 전자책 출판사에서 10인 웹툰회사로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는 법. 2017년 겨울, 지인으로부터 회사를 홍보하는 웹툰 제작에 글 작가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죠.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웹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제가 일을 맡았다가 괜히 망칠까 봐 걱정됐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망해도 괜찮다’며 격려해줘서 그때부터 웹툰 공부를 시작했죠. 취재를 하고 작가들과 만나 웹툰 제작 프로세스를 배워가면서 첫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내 글이 이미지화되는 것을 보니 감흥이 새로웠어요. 전자책 출판보다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LG전자 게임모니터 LG Ultra Gear(울트라기어) 홍보를 위해 제작한 브랜드 웹툰. SF 세계관을 활용한 스토리로 다양한 액션을 연출했으며 2021년 해외 팬들을 타깃으로 LG전자 SNS를 통해 연재했다.


전자책에서 웹툰으로의 사업모델 변경은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웹툰 작가들을 인터뷰했습니다. 명색이 웹툰회사 대표지만 직접 그림을 그리지 못하니 혹시 그것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해서죠. 인터뷰 결과 이구동성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회사면 좋겠다’는 요구가 컸어요. 작가들은 계약서 작성부터 영업, 홍보, 마케팅 등을 어렵게 생각했죠. 사실 이런 일들은 서윤씨가 잘하는 일이었습니다. 꼼꼼한 분석과정을 거친 후 2018년 6월에 뉴캄웹툰컴퍼니를 설립했어요.

회사를 설립했지만 막상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가 없어 첫 작품을 가지고 여기저기 영업에 나섰습니다. 막막하던 때 서윤씨가 살고 있던 수원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돌파구를 찾았죠. 당시 수원시는 창업을 키워드로 수원시 소재 청년기업 20명을 선발해 중국으로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서윤씨는 20개 기업 중 유일한 웹툰회사로 참가했죠. “초기엔 1인 기업으로 외주작가들과 느슨한 관계로 일했어요.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직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2020년 초부터 직원들과 함께하기 시작했죠.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 체제를 표방했기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중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서울시의회의 조례를 쉽게 전달하고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2021~2022년 웹툰으로 제작, 서울시의회 SNS를 통해 연재했다.

뉴캄웹툰컴퍼니는 3년 차인 2021년에 매출 100%, 4년 차에 250%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잘 모르는 분야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빠르게 배우는 것이 서윤씨의 장점. 고객사에 콘텐트를 납품할 때마다 업무영역의 카테고리를 조금씩 더 넓혀가고 있죠. 현재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10명의 직원과 함께 사업을 확장하는 중입니다. 향후에는 해외 작가들과도 함께 일할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 회사를 꿈꾸죠. “사회생활 초반에 했던 직장생활, 특히 해외영업 경험이 창업 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업무협업·조직관리·시스템관리 같은 일이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을 창업 과정에서 알게 됐어요. 올해는 새로운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죠. 그래서 전국 각지의 직원들과 화상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자주 합니다.”


장사와 사업의 차이? ‘다른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가’

직원을 둔 대표가 되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윤씨는 “1인 기업으로 일하다 처음 직원을 채용했을 때는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죠. 회사를 운영하며 갖게 된 목표 중 하나도 ‘같이 일하는 작가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면 좋겠다’는 겁니다. “웹툰회사를 운영하며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직원들 각자 콘텐트 IP를 보유함으로써 그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거예요. 대부분 직원이 20대인데 진로나 경제적인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작가 1명당 자신만의 콘텐트 IP를 갖고 이를 통해 경제력을 갖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2021년 국내 연재한 드라마 판타지 힐링 웹툰 '밥수저 들고!'. 아픈 할머니의 부탁으로 시골로 내려간 다애가 사연 많은 도깨비들을 마주하게 되는 스토리로, 2023년 일본 진출이 예정돼 있다.


디지털 노마드 1인 기업가에서 지금은 10명 전 직원이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는 회사를 이끄는 30대 여성 사업가 서윤씨에게 사업과 장사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돈을 벌고 일을 해나가는 과정이 나 한 사람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때, 저는 그게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1인 출판사를 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도전하면서도 ‘이게 사업이다’는 것을 별로 못 느꼈어요. 그러다 웹툰 분야로 사업 방향을 틀면서 ‘이게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할까’를 고민하게 됐고 그때부터는 제가 하는 일이 사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23년부터는 10인 이내 규모 기업들을 대상으로 원격/재택근무 시스템 설계 코칭을 할 계획도 갖고 있죠. 3년째 전 직원이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다른 사람 혹은 기업들에 알려주는 거예요.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라고 말하는 서윤씨는 진로 고민을 하는 많은 청소년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잊지 않았습니다.

“내가 계획하거나 꿈꿨던 일이 아닌 길을 가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원하지 않았던 길이더라도 도전하고 경험해보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꿈꿨던 일보다 더 잘하는 분야를 발견할 수도 있고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인생에서 한 번은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서른 살 때 하고 싶었던 일을 모두 해봤어요. 그러고 나니 미련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내가 정말 잘하는 일,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나’가 아니라 ‘타인’이 보이기 시작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졌습니다.”

글=김은혜 객원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문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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