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복당 좀 해줍시다" 檢압박 세지자 이재명 더 찾는다, 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직접수사 압박이 갈수록 세지자 여론전을 위한 구원투수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낙점했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종종 박 전 원장과 통화하면서 정치적 조언을 얻고 있다”며 “이 대표가 최근 지도부 인사들에게 비공개적으로 ‘박 전 원장 복당 좀 해줍시다’고 말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6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정청래 최고위원 등의 반대로 복당이 일단 보류됐다. 2015년 민주당 탈당 직전 박 전 원장이 친문재인계와 계파 갈등을 일으킨 전력을 들어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정 최고위원은 18일에도 페이스북에 “분당 사태의 핵심 인물은 20년 쯤 복당을 불허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계파로 보면 비주류 출신인 이 대표와 박 전 원장이 더 잘 맞을 수 있다”며 “최고위원회에선 합의가 원칙이긴 하지만 만약 끝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다수결로 정하자’고 이 대표가 결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박 전 원장 복당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박 전 원장의 30년 넘는 정치경력과 노련한 입담이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고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어막을 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로 박 전 원장은 지난 17일 KBS라디오에서 “(대장동 일당인) 김만배 씨가 숨겨놨던 260억원이 이 대표 집에서 나왔느냐. 이 대표가 부인하는데 왜 자꾸 연관시키느냐.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친명계 의원은 “검찰이 12월에는 이 대표 측근에 대한 수사와 재판으로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달구다가 내년 1월 설 연휴 직전 이 대표 소환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설 민심이 불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응할 무게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석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이 연일 이 대표에게 불리한 발언을 쏟아내는 데도 당 대변인단이 잘 대응하지 못한다는 이 대표의 불만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대변인단의 대응에 답답함을 호소한 적이 있다”며 “탈당 인사나, 대장동 일당의 허위 발언을 담은 뉴스가 포털 상단에 오랫동안 떠 있는 것을 불편해하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국회 내 성과가 다소 미비한 점도 이 대표가 여론전을 중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원래 이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예산 성과로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처리가 늦어지면서 이런 계획이 틀어졌다.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과 정기국회 시한(12월 9일), 국회의장 중재기한(12월 15일) 이내 처리를 모두 놓쳤다. 또 이재명표 입법은 납품단가연동제 등 일부만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169석 의석을 지닌 다수당이다 보니 여당보다 입법·예산 처리 불발에 대한 책임을 더 지게 되는 구조여서 결과적으로 이 대표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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