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주택가에 덩그러니…새하얀 산토리니풍 건물 '뜻밖 정체'
울산 최대 어항 방어진이 있는 방어동. 아파트와 빌라 빼곡한 주택가 한복판에 하얀 외벽과 파란 지붕의 그리스식 건물 한 채가 덩그러니 서 있다. 한국에선 흔치 않은 정교회 성당이다. 울산에서도 외진 항구 마을에 정교회 성당이 들어선 사연이 궁금했다. 알고 보니 울산이 항구도시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엿새 뒤면 성탄절이다. 장구한 역사를 가진 정교회를 통해 예수 탄생의 의미와 이웃의 평화를 바라보면 어떨까.
울산의 산토리니풍 성당
울산 정교회 성당은 독특하게 생겼다. 여느 가톨릭 성당과는 물론 다르고, 전국의 여느 정교회 건물과도 다르게 생겼다. TV 광고에서나 봤던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건물을 옮겨놓은 것 같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을 디자인한 경희대 건축학과 조창한 명예교수가 설계를 맡았다고 한다. 그런데 울산에 왜 이렇게 생긴 정교회 성당이 들어서게 됐을까.
정교회는 건물 외형보다 성당 내부의 성화(聖畵)를 각별하게 여긴다. 울산 성당의 경우, 건립 당시 그리스 아테네대 교수들이 와서 직접 그렸다고 한다. 성서가 보급되지 않았던 초대 교회 시절, 일반 신자도 예수의 생애와 성서의 핵심 메시지를 알 수 있도록 교회 내벽에 성화를 그린 전통이 이어졌다.
울산 성당 내부도 화려한 성화가 빼곡했다. 예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장면이 일목요연하게 그려져 있었다. 오병이어 기적, 탕자 비유 등 예수의 핵심 메시지도 눈에 띄였다. 성당 입구, 익숙한 데 조금 다른 예수의 말씀 앞에서 잠시 머물렀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내게로 오라."
전국의 정교회는 평일 예배나 일요일 예배에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다가오는 성탄절 예배도 마찬가지다. 예배가 없는 시간에도 정교회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울산 디오니시오스 성당은 2017년 권바올로 신부가 선종한 뒤 주임사제가 없다. 하여 평일 예배가 없고 주중에도 대부분 교회 문이 닫혀 있다. 내년 1월 박인곤 보제가 주임사제로 부임할 예정이다.
조선 말, 러시아가 전해준 정교회
한국에서 정교회는 낯설다. 정교회를 알려면 서양 중세사를 들춰야 한다. 1054년 이른바 '교회 대분열'로 로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가 갈라졌다. 교리, 정치 등 복잡한 이유에서였다. 콘스탄티노플, 그러니까 지금의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정교회는 전통을 이어왔다. 교황이 수장인 가톨릭과 달리, 국가마다 각 국가 정교회가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가진다. 이를테면 율리우스 달력을 따르는 러시아와 슬라브 지역 정교회는 1월 7일을 성탄절로 지킨다. 현재 전 세계 정교회 신자는 약 3억 명에 달한다.
울산=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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