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평양의 초조감을 읽어내라

2022. 12. 1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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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6일자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출력 고체연료 엔진 '중대시험'을 지도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무리한 핵 집착 속에서 북한 주민들의 좌절과 불만도 점점 더 커질 것이며, 김정은이 그렇게도 지키려고 하는 수령 자리도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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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북한은 지난 16일자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출력 고체연료 엔진 ‘중대시험’을 지도했다고 발표했다. 고체연료를 이용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1단 로켓에 적용할 수 있다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2022년 들어 지금까지 북한이 3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발수로는 60여발)를 감행했다는 점은 그들의 집요함을 대변한다. 이에 북한을 비핵화로 이끈다는 목표는 요원하게 생각되기 쉽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바로 북한이 바라는 효과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미국 내에서 제기되는 ‘군축회담론’을 비롯해 북한에 양보해서라도 협상 모멘텀을 되살리자는 주장들은 결국 대북제재 무용론과 일종의 북한 만능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 귀결점은 일방적인 대북 유화책이다. 이 함정에 빠지면 김정은 스스로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는 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처럼 왜곡된 인식을 가지면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주도권을 북한에 내어주게 되고, 북한은 이에 고무돼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 요구는 처음에는 한·미 연합훈련 철폐 등으로 시작하겠지만, 점차 한·미동맹 해체와 남북한 관계에 있어 북한 우위의 수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의 정체성 희생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자. 과연 북한은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고, 핵보유국 목표를 위해 꾸준히 전진하고 있으며, 김정은이 바라면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목표는 달성되는 것일까? 올해 중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 시위는 논리적 순서 면에서 이런 의문을 유발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 과시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강압하려면 먼저 자신들의 핵탄두가 갈수록 정교해지고 ‘전술핵’으로 사용될 만큼 경량화됐다는 점을 보여주고(핵실험), 그런 탄두를 실어나를 수단이 종류와 성능 면에서 진일보하고 있음을 부각하며(미사일 발사), 제도적인 면에서도 핵무기를 임의로 쓸 수 있다는 협박(‘핵무력정책’ 법령)을 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북한은 반대 순서로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수단(항공기, 기존 방사포 등)을 끌어모아 폭주하고 있다.

북한이 정말 핵보유국으로 자리 잡으려면 앞으로도 그들이 치러야 할 청구서가 만만치 않다. 제재의 격상 혹은 기존 제재의 이행 강화로 인해 북한 경제가 시들어가는 것을 더 오래 감수해야 하고, 늘어나는 핵물질과 핵탄두를 저장할 안전시설을 건립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핵탄두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경제가 굴러가도 달성하기 어려운 이 목표를 북한이 아무 타격 없이 달성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무리한 핵 집착 속에서 북한 주민들의 좌절과 불만도 점점 더 커질 것이며, 김정은이 그렇게도 지키려고 하는 수령 자리도 흔들릴 수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을 과소평가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군사적 대비 측면에서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방의 허장성세나 기만까지 그대로 읽어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대북 핵 억제 태세의 강화는 이 점에서 만일에 대한 대비와 현재의 긴장 관리를 동시에 가능케 하는 시발점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담대한 구상’의 ‘억제(Deterrence)→핵 포기 유도(Dissuasion)→대화(Dialogue)’의 순서를 흐트러트리려 하고 있다. 그걸 위해 북한이 만들어내려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착시(錯視)다. 우리의 차분함과 단호함으로 북한을 초조하게 만들어야 북한 비핵화의 돌파구가 보인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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