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연말과 선의

2022. 12. 19. 04: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연말이다.

연말에는 세계에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선의가 있다.

그처럼 하나의 장르를 한 사람에게 통째로 선물 받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타인의 작은 선의에 빚지며 살아간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더 많은 선의를 베풀며 살아가기 위해, 또 언제나 선의만이 세계를 지탱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연말연시의 우리는 만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선오 시인


연말이다. 시내 어디를 가도 북적거린다. 한 해의 끝 무렵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문화는 언제, 또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지나간 시간을 애도하고 다가올 새해를 환영하기 위해 우리는 만난다. 만나지 못해도 먼 곳에서 안부를 나눈다. 홀로 있는 사람들을 챙기고 추위에 떨고 있을 동물들을 거둔다. 연말에는 세계에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선의가 있다.

목정원 작가의 산문집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의 ‘장 끌로드 아저씨’라는 챕터에는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공연을 선물하기 위해 객석에 자리를 구해두고, 바쁘게 이곳저곳 연락을 하고, 춥거나 덥거나 오페라 극장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는 장 끌로드 아저씨가 등장한다. 오직 아름다움을 권하고 나누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아저씨가 내게 한없이 권한 먼 아름다움. 그것이 단순한 선의 이상의 것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차가운 새벽이나 뜨거운 한낮, 나를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준 사람. 그는 내게 아프지 않은 세계를 주었다. 고통을 다루더라도 화해가 이루어지는 세계. 때로 비참한 결말일지라도 죽음 직전엔 반드시 고결한 노래가 흐르는 세계.”

공연예술이론가인 작가는 장 끌로드 아저씨에게 오페라라는 장르를 빚졌다고 말한다. 그처럼 하나의 장르를 한 사람에게 통째로 선물 받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타인의 작은 선의에 빚지며 살아간다. 우리가 어린아이였을 때 다정한 마음으로 우리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견뎌준 어른들이 있었을 것이다. 위험한 곳에 발을 디디려 할 때 손을 내밀거나, 길을 물어보았을 때 대답해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각자는 혼자의 힘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 건네준 작은 다정과 선의에 빚을 졌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더 많은 선의를 베풀며 살아가기 위해, 또 언제나 선의만이 세계를 지탱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연말연시의 우리는 만난다. 언제까지고 그럴 것이다.

김선오 시인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