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MRI 오남용 억제하면서 필수 의료 강화해야

2022. 12. 1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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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감염병분과 위원

지금도 전국 어디에선가 응급 수술이 필요한 중증 소아환자, 위중증 응급 환자들은 병상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 야간에 입원이 필요한 어린이와 보호자는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당혹해 한다.

왜 그럴까?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필자는 최근 MRI 촬영을 해야 했는데 2개월 후에나 검사 예약을 할 수 있었다. MRI 검사를 아침 7시에 하는 것이 예약 조건이었다. MRI, CT 및 입원 병상 수 지표 모두 OECD 국가 중 1, 2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다. 의료시설과 입원 병상이 부족할 리 없다. MRI 등 검사 남용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진료 쏠림 같은 낭비적 의료전달체계와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들을 개선하여야 하는 이유다.

「 MRI 오남용 등에 건보 재정 악화
2023년 1조4000억원 적자 예상
건보 재정과 보장 간 균형 이뤄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지난 정부 때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MRI, 초음파 검사, 2~3인실 입원료 건보 적용 확대로 MRI 등 검사비는 2018년 1891억원에서 지난해 1조8476억원으로 약 10배 폭증했다. 상급종합병원 연간 진료비 비중은 27.7%(2017년)에서 29.1%(2021년)로 증가했다. 지방과 동네 병·의원의 진료 약화와 상급종합병원 입원 대란은 구조적으로 굳어졌다.

응급 진료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는 위기다. 전국에서 24시간 소아청소년 응급 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36%, 입원 전담 전문의가 1인 이상 근무하는 곳은 27%에 불과하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내년 2월까지 소아 입원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MRI 등 무분별한 검사들은 진료비 오남용과 맞물려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있다. 당장 2023년부터 1조4000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건보 적립금 20조원은 2028년 소진될 전망이다. 또 필수 진료 위기는 단기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장기 위기가 될 수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2023년 16.4%로 떨어졌다. 의료 인력 양성·훈련과 실제 배출에는 10년이 소요된다. 국민과 다음 세대와 아이들에게 필수 진료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위기다.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중증질환과 필수 의료 지원을 강화하면서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있다. 의료 오남용 억제 등 과감한 건강보험 지출 개혁을 통한 필수의료 보장 확대를 실행 방안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과잉 의료 이용을 야기하는 초음파·MRI 등 급여화 항목에 대해 철저히 재평가하겠다”면서 재평가를 통해 누수되는 지출을 줄여 필수 의료나 고가 약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건보 개혁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와 참여연대 등은 “OECD 평균 건강 보장률이 80%고 우리는 아직도 65%”라며 건강 보장 확대 없는 문재인 케어 폐지야말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증가로 건보 재정 악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90세 이상 초고령 노인이 쓴 진료비는 1조7129억원에 달했다.

난마처럼 얽힌 보건의료 문제점은 특정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대안과 장단기 과제의 구분이 중요해 보인다. 단기 과제로는 노인의료비 증가에 대한 건보 재정 안정과 필수 진료 등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의료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필수 진료 제공과 관련해 취약 계층에 대한 두터운 보장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중요하다.

지난 15일 국민과 함께하는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국민 패널 참여자가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 나서 보험 혜택은 줄이고 보험료는 올린다고 하더라”며 “점점 나이 드는 국민은 병원 비용과 보험료가 걱정되는데 어떻게 되는가?”

국민은 지속가능한 건보 재정과 건강한 의료전달체계를 원한다. 다양한 정책 간 균형과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다. 정치적 어젠다에 매몰되어 균형을 잃거나 지속가능성을 약화하는 실수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감염병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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