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책] 카프카 『변신/시골 의사』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살짝 들자 아치형의 각질로 뒤덮인 둥근 갈색 배가 보였고, 배의 볼록한 곳에 걸쳐 있던 이불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몸통에 비하면 정말 형편없이 가느다란 다리들이 무수히 눈앞에서 속절없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카프카 『변신/시골 의사』
아마도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도입부가 아닐까. 내가 괴물인가. 세상이 괴물인가. 부모와 여동생을 위해 일밖에 몰랐던 일벌레 그레고르가 어느 날 진짜 벌레가 돼버린 얘기. 놀라고 슬퍼하던 가족들은 결국엔 “저게 완전히 뒈졌어요”라는 파출부의 말에 안도감을 느낀다.
독일어로 ‘카프카스럽다(kafkaesk)’는 터무니없고 위협적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불안과 혼란스러움을 뜻한다. 부조리한 세계, 혹은 거대 권력 앞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을 있을 법하지 않은 초현실적 상황으로 풀어낸 것이 카프카 문학이다. 소설가 배수아는 추천 글에서 “꿈을 문학의 한 장르로 만든 작가가 카프카”라며 “카프카는 양말을 뒤집듯 꿈과 현실을 역전시킨다”고 썼다.
8쪽 짜리 단편 ‘시골 의사’는 왕진을 나가는 시골 의사에 대한 이야기다. 초현실적인 풍경이 시선을 붙든다. 소설을 번역한 박종대는 “성적 욕망의 꿈이 만들어낸 한 편의 심령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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