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달 만에 미사일 2발 발사…“고체연료 쓴 북극성-2 가능성”
북한이 18일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두 발을 쏘며 미사일 도발을 재개했다. 지난달 18일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지 한 달 만이다.
북한은 지난 9월 25일부터 연쇄 도발에 나선 이후 매달 각종 탄도미사일을 쏘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이번 도발은 북한이 지난 1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 연소 실험을 한 데 이어 일본이 지난 16일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화한 이후여서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속내를 분석 중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8일 오전 11시13분부터 낮 12시5분까지 동창리 일대에서 MRBM(사거리 1000~2500㎞)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인공위성을 실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동창리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미 군 당국은 미사일이 고각으로 발사돼 500㎞ 정도 날아간 것으로 탐지했다. 일본 방위성은 “두 미사일 모두 최고 고도는 550㎞ 정도, 비행거리는 약 500㎞로 통상의 궤도로 비행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발표한 비행 특성 등을 토대로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을 쓰는 지상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2형’을 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2017년 2월(최고 고도 550㎞, 비행거리 500㎞)과 5월(최고 고도 560㎞, 비행거리 500㎞) 두 차례 북극성-2형을 시험발사한 적이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200~2000㎞급인 ‘북극성-2형’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발사 전 준비 시간이 짧고 탐지가 어려운 고체연료 엔진을 쓰기 때문에 전략적인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사흘 전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 연소 실험을 했던 동창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조만간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연소 실험 이튿날인 지난 16일 관련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연소 시간 등 중요한 데이터를 밝히질 않은 점에 주목한다. 군 소식통은 “과거 동창리에서 백두산 엔진 연소 실험에 성공했다며 공개할 때는 연소 시간(200초)을 밝혔는데, 이번에는 그러질 않았다”며 “신형 고체연료 엔진의 경우 아직 장착해 쏠 수준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엔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차례 추가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동창리를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내년 초 7차 핵실험과 함께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신형 ICBM을 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화성-17형’ 등 액체연료 기반의 ICBM보다 콤팩트한 크기의 고체연료 추진 ICBM을 발사하는 것이 미국을 상대로 한 전략적 이득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고체연료 시험에 주목하고 주민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김정은 정권의 행태를 개탄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은 전했다.
김상진·정영교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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