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해임 거부? 탄핵?…승자는 누구 [신율의 정치 읽기]
해임 건의안은 대통령에게 장관 해임을 ‘건의’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원하지 않으면 ‘거부’하면 그만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해임 건의안을 수용했다. 1955년부터 현재까지 해임 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총 8번이고 지금까지 두 번이 거부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한 번 있었고, 지난번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 수용 거부가 두 번째다. 이번에도 수용을 거부한다면 도합 세 번이 된다. 역대 건의안 수용 거부 세 건 중 두 번이 윤석열정부에서 발생한다면, 윤 대통령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임 건의안은 의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 수단 중 하나다. 국회 건의를 대통령이 묵살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박진 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통령은 수용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진 장관 경우와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박진 장관은 야당의 과도한 공격이라는 주장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해임 건의안은 전형적인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여론은 이상민 장관을 이태원 참사의 도덕적, 정치적 책임이 있는 인물이라고 본다. 지난 12월 2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11월 28~30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3.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민주당의 이상민 장관 파면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54.3%에 달했다. 반대로 부당하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역시 이상민 장관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출범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희생자 97명의 유가족 17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 협의회는 “이상민을 파면하라”는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국민 여론과 희생자 유가족 대다수가 이상민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 수용을 거부할 경우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짊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수용을 거부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와 관련이 있다.
지난 11월 22일경,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4인방으로 꼽히는 권성동, 장제원, 이철규, 윤한홍 의원 부부와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25일에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가졌다. 11월 30일에는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독대하고 직후에 주호영 원내대표와 다시 심야 회동한 사실이 각각 언론에 공개됐다. 12월 3일경에는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상민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관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관저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 관저 방문 인사 명단이 계속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저를 방문했던 인사들이 대통령의 자신에 대한 ‘신뢰’를 과시하기 위해 슬쩍 흘렸을 수 있다. 이런 식의 처세는 본인뿐 아니라, 대통령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대통령에 좋지 않은 이유는 이렇다.
먼저 이상민 장관의 관저 방문 문제점이다. 이상민 장관이 대통령 관저를 찾았다는 사실은, 대통령이 이 장관을 신임한다는 메시지를 여당과 여론에 던질 수 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할 것이라는 추론이 나왔다. 참사 책임론의 한가운데 있는 인사를 관저로 부르고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는 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대통령이 여론과 동떨어진 사고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는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동시에 해임 건의안 정국에서 대통령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더구나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때 문제는 더욱 커진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경우, 대통령과 여당만 난관에 봉착하지는 않는다. 야당도 똑같이 난처한 입장에 처해질 수 있다.
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국정조사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세밀하고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법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여기서 탄핵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탄핵은 해임 건의안과 달리 위법한 사항이 분명할 때 추진된다. 해임 건의안은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정치 행위’인 반면, 탄핵은 위법이 분명할 때 추진할 수 있는 ‘법률과 헌법에 입각한 행위’다. 그렇기에 위법 행위와 법적 책임 소재를 정확히 밝힐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탄핵을 추진하면, 국정조사를 하자고 했을 때 민주당이 주장한 논리를 민주당 스스로가 부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런 자기 부정의 모순 말고도, 탄핵 소추를 밀어붙였다 나중에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하면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도 있다. 또한 헌재 결정은 내년 중반 정도에나 나올 수 있기에 헌재의 탄핵 소추 인용 여부가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헌재가 탄핵 소추를 인용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총선을 앞둔 시기에 불리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탄핵 소추 추진은 이래저래 민주당에 상당한 부담이다.
관저 정치와 관련해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윤핵관을 비롯한 여당 정치인과의 회동 역시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관저 정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관저 회동이 알려지면서 나타나는 파장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 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말이 나오면 불필요한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대통령이 누구와 관저에서 만났는가는 알려지지 말아야 한다.
현재 이들과 대통령 회동에 대해 부정적 언급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과의 만남을 현재 논의되는 국민의힘 전대 룰 변경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이가 많다. 현재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당대표를 선출하게 규정돼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 비중을 대폭 줄이자는 의견이 현재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이 윤 대통령 의중 반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작금의 상황은 여당을 통합하고 포용해야 하는 대통령에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종합적으로, 현재 대통령과 여당을 둘러싼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는 상황을 어떻게 조율해나갈지 지켜보는 것이 연말 정국의 관전 포인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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