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토르도 갖고 있는 치매위험 10배 유전자…한국인 더 취약 [건강한 가족]
유전율 높은 알츠하이머 치매
나이가 들면서 뇌 인지 기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유전율(Heritability)이 높은 병이다. 질병이 발병하는 여러 요인 중 유전적 요인이 기여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된 대표적인 유전자는 ApoE(아포이·ApolipoproteinE)다. 부모로부터 각각 1개씩 물려받은 ApoE 유전자는 어떤 조합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달라진다. ApoE 유전자는 DNA의 다형성으로 ApoE2·ApoE3·ApoE4 등 세 가지 변이형으로 표현된다. 이를 조합하면 ▶E2·E2 ▶E2·E3 ▶E2·E4 ▶E3·E3 ▶E3·E4 ▶E4·E4 등 6가지 유전형으로 나뉜다.
아포이4 하나만 있어도 치매 위험 3~4배
문제가 되는 것은 ApoE4 유전자가 포함된 유전형 조합이다. ApoE4는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 등이 더 많이 쌓이게 만들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 ApE4 유전형을 하나만 물려받아도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는 “ApoE4가 하나만 있을 땐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3~4배, 부모 양쪽에서 ApoE4 유전자를 모두 받았다면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릴 위험이 8~12배 높아진다”고 말했다. 헴스워스처럼 ApoE4를 모두 물려받지는 않더라도 한 개만 있는 사람은 꽤 많다. 전 세계적으로 5명 중 1명(20%)은 ApoE4 유전자를 한 개 갖고 있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ApoE4 유전자의 T타입 유전변이로 서양인보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더 취약하다. 한국인에게 더 치명적인 ApoE4 유전변이와 알츠하이머 치매의 연관성을 분석한 조선대 의생명과학과 이건호 교수는 “똑같은 ApoE4 유전자를 갖고 있어도 T타입 유전변이율이 90%로 높은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뇌 손상 범위가 넓어 평균 2년 이상 빨리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한다”고 말했다.
ApoE4 유전자의 존재는 혈액·타액 속 DNA를 이용해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증상이 없는데 ApoE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알츠하이머 치매 조기 발견을 위해 만 60세 이상 고령층, 경도인지장애군 등 치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단계별 치매 선별검사를 시행한다. 대한치매학회에서도 치매임상진료지침(2021)을 통해 치매 고위험군에게만 제한적으로 ApoE 유전자 검사를 권고한다.
단, ApoE 유전자 검사에서 취약 유전자가 있다고 알츠하이머 치매가 무조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ApoE 유전자 검사는 질병 감별이 까다로운 치매의 조기 진단과 예후 모니터링에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뇌의 퇴행성 변화나 구조적 손상으로 뇌 위축이 심한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끊는 역할을 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상원 교수는 “타고난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지만 매일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는 등 선제적 대응으로 발병 시점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금연, 발병 시점 늦출 수 있어
의료계에서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 ApoE 유전자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치료가 어려워 예방이 중요하다. 헴스워스가 뇌 건강 습관을 위해 휴식기를 갖는 이유다. 유방·난소암 유전자(BRCA) 변이를 확인한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절제 수술을 받은 것과 비슷하다.
기억력·판단력 등을 관장하는 뇌는 평소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달라진다. 예전보다 뇌 인지 기능이 떨어졌다고 느껴질 때부터 대비해야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발견이 늦으면 점차 독립적 일상이 어려운 중증으로 진행하면서 가족의 간병 부담이 커진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억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혼자서 식사를 챙겨 먹거나 옷을 갈아입고 산책하는 등 독립적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유전적으로 치매 발생 위험이 높은 그룹을 대상으로 생활습관에 따른 치매 발생률을 분석했더니 규칙적 운동, 금연, 지중해식 식단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32%나 줄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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